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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일본의 'WTO 협정 위반' 입증 어렵지 않아"

뉴스1

입력 2019.10.11 14:02

수정 2019.10.11 14:02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일본 정부의 대(對)한국 수출규제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 절차에서 "한국 측이 일본의 WTO 협정 위반을 입증하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란 전문가 의견이 제시됐다.

지난 2017년까지 WTO에서 국가 간 제소 사건의 최종심을 맡는 상소기구 위원으로 활동한 페터 판 덴 보쉬 스위스 베른대 교수는 11일 보도된 NHK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이 수출심사 간소화 혜택을 부여해온 나라가 한국 외에도 존재한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일본 정부는 올 7월부터 자국 기업들이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 쓰이는 핵심 소재 3종을 한국에서 수출할 때 기존의 3년짜리 포괄허가가 아니라 계약 건별로 심사해 허가를 내주는 방식으로 규제를 강화했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이런 조치가 일본제철·미쓰비시(三菱)중공업·후지코시(不二越) 등 전범기업들을 상대로 한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배상 판결에 따른 '보복'이란 판단에서 지난달 일본 정부를 WTO에 제소했고, 그에 따라 양국 간 분쟁해결 절차가 시작됐다.

한국 정부는 일본 측의 조치가 '관세·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이 정한 협정 가입국 간의 차별금지 및 수량제한 금지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일본 측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 조치는 전략물자의 제3국 유출 우려 등 '안보상 이유' 때문에 취한 것일 뿐 징용피해 배상 판결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

이에 대해 보쉬 교수는 "차별이나 수량제한 금지 규정에 관한 심리에선 정치적 동기가 있었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징용 판결과의 연관성을 떠나 일본 측이 수출규제를 강화한 것 자체만으로도 협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얘기다.

보쉬 교수는 이어 "일본 측은 안보상 목적이 있을 땐 '예외'를 인정하는 GATT 규정을 (수출규제 강화 조치의) 근거로 들고 있지만, 이 경우엔 실제로 (한국에 수출된) 원자재가 북한으로 넘어갔다는 등 한국 기업이 그 관리를 게을리 한 사실을 보여주는 게 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즉, '안보상 이유 때문에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했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이 WTO에서 인정을 받으려면 일본 측이 먼저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비롯한 일본 정부·여당 관계자들은 앞서 "한국이 국가 간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게 분명하다"며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와 대북제재를 연관 짓는 발언을 하기도 했으나 그 근거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한일 양국 정부 당국자들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 소재 WTO 본부에서 만나 WTO 분쟁해결 절차의 첫 순서로 양자협의를 시작할 예정. 한일 양국이 양자협의에서 타협안을 도출하지 못할 경우 이 사건은 WTO 분쟁해결기구(DSB)로 넘겨져 다음 달부터 전문가 패널(소위원회)의 심리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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