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겉핥기에 그친 국민연금 기금委 개편안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개편이 겉핥기에 그쳤다. 기금운용위는 11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주재 아래 제7차 회의를 열고 개선안을 확정했다. 기금위에 상근 전문위원을 3명 두고, 산하 전문위원회를 법제화하는 내용이다. 이는 시장이 바라는 전면 개편은 물론 원래 복지부 초안에도 크게 못 미친다.

지난해 10월 복지부는 기금위 개편 초안을 내놨다. 기금위 민간위원 자격을 교수·변호사 등 전문가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현재 기금위는 총 20명으로 구성된다. 복지부 장관이 당연직 위원장을 맡고, 기재부 차관과 공단 이사장 등 정부위원이 5명 있다. 나머지 민간위원 14명은 사용자·노조·지역 등 가입자 단체가 채운다. 이렇다 보니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위가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았다. 복지부가 지난해 초안에서 민간위원 자격을 전문가로 제한한 것은 이 같은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최종안은 초안보다도 후퇴했다. 가입자 단체의 반발을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초안이든 최종안이든 복지부 안은 시장이 바라는 개혁과는 거리가 멀다. 기금위를 제대로 개혁하려면 위원회의 거버넌스, 곧 지배구조 자체를 뜯어고치라는 게 시장의 요구다. 국민연금 적립금은 704조원(7월말)이 쌓였다. 오는 2024년엔 100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수익률을 고려하면 이 막대한 돈을 어떻게 굴릴지는 금융·투자 전문가들에게 맡기는 게 합리적이다. 위원장 자리도 꼭 복지부 장관이 맡으란 법이 없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최종안은 수술이 필요한 환자에게 연고만 바른 격이다.

국민연금은 박근혜정부 때 독립성 훼손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다. 문재인정부 들어서도 독립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무엇보다 기금위 지배구조에 손을 대지 않았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국회에서 국민연금법 개정이 힘들다는 핑계를 댄다. 하지만 핑계일 뿐이다.
복지부는 법을 바꾸려는 진지한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았다. 그러곤 이번처럼 하위 시행령이나 지침을 바꾸는 잔챙이 개선에 만족한다. 이래선 국민연금의 독립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