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로]

52시간 근무제, 中企 목소리 담길


집권 3년차인 문재인정부 들어 가장 달라진 것 중 하나는 중소기업의 위상이다. 중소기업인들의 숙원이던 중소기업청은 '부'로 승격되며 확고히 자리를 잡았고, 2대 장관인 박영선 장관은 가장 힘 있는 장관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을'이 아니라 '병' '정' 취급을 받던 중소기업들은 대기업 중심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제자리를 찾아가며 동등한 위치에 올라섰다.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 변화로 대기업들도 중소기업과 발을 맞추고 있다.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는 최근 7호 '자상한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자상한 기업이란 자발적으로 상생협력에 나선 기업을 줄인 말이다. 대기업이 보유한 기술, 인프라, 노하우 등을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 등에 공유시키는 중기부의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프로그램이다. 정부는 물론 국민, 대기업 모두로부터 인정과 배려를 받고 있는 것이다.

외견상으로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어쩌면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게 중소기업인들의 하소연이다. '경기가 언제 좋은 적이 있었느냐'고 반문하면서도 이번에는 정말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

2년 연속 두자릿수의 최저임금 인상으로 비용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주 52시간 근무제 확대 시행으로 더 큰 위험에 직면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50~299인 사업장에 대한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이 당장 두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절반 이상의 중소기업은 준비가 안 된 상태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불과 중소기업의 44%만이 주 52시간 근무제 준비를 마쳤다.

나머지 56%에 시간을 더 준다면 대비를 할 수 있을까.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하려면 인원을 더 뽑아야 하는데 비용적 측면에서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300인 미만 중소기업이 주 52시간 근무제로 줄어든 근로시간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12만9000명을 새롭게 뽑아야 하는데 그 비용은 1조8200억원에 달한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제도는 가야만 하는 방향이다. 일과 삶의 균형, 저녁이 있는 삶, 가족과 함께하는 인생은 모든 사람이 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속도가 문제다. 정부는 2020년 '최저임금 시간당 1만원'을 약속하고 2년 연속 가파르게 올렸다. 그러나 소상공인들의 불만에 결국 내년에는 2.9% 오른 8590원으로 결정했다. 약속도 지키지 못하고 민심도 잃었다.

주 52시간 근무제 확대 시행과 관련해서는 다행히 정부가 변화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주 52시간 근무제 보완 의지를 밝힌 이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공식적으로 "이달 보완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한 것이다.

정부가 고심하고 있지만 내놓을 만한 카드는 많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7월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6개월 계도기간을 설정, 시행을 유예한 것을 고려할 때 6개월가량 유예될 것이라는 전망 정도가 나오고 있다.

그래도 정부가 제도 시행 이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개선에 나섰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중소기업들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정말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 현장의 목소리를 잘 듣고 현명하게 결정하기를 기대한다.

kkskim@fnnews.com 김기석 산업2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