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fn광장

[fn논단]금리 인하냐 동결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14 17:35

수정 2019.10.14 17:35

[fn논단]금리 인하냐 동결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고민이 깊어진다. 누구의 고민인가 하면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정책금리인 기준금리는 1.5%다. 16일 열리는 금통위는 ①0.25%포인트 올린다 ②0.25%포인트 내린다 ③1.5%로 동결한다라는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런데 다행히 ①번은 누가 봐도 아니다. 그래서 ②번과 ③번 둘 중 하나를 찍으면 된다.


금리를 결정하는 데 고려되는 요인들은 다양하다. 경기, 가계부채, 외환 수급, 다른 국가들의 통화정책 방향 등이 그것이다. 우선 우리 금리정책의 준거(準據)가 되는 미국은 금리를 인하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래서 미국과의 금리역전 문제에 있어서 금통위의 부담은 상당 폭 줄어들었다. 경기 상황을 보면 최근 주요 기관들의 한국 경제에 대한 일관된 톤은 '나빠진다. 그것도 나쁜 상황이 장기화된다'이다. 가계부채도 최근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크게 신경쓸 부분은 아닌 것 같다. 외환 수급도 환율이 1200원 선 아래위로 등락하는 것이 마음에 걸리지만 펀더멘털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렇게 보면 금리인하의 명분은 충분하다. 그리고 지난 국감에서도 인하를 고려해 봐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정치권의 주문도 있었다. 실제 시장금리인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7월 중순부터 기준금리보다 낮은 1.3% 내외에서 움직이고 있다. 민간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강한 기대를 하고 있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이번 문제의 정답은 ②번이다. 고민할 것 없이 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면 된다. 그런데 생각해 보아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통화정책의 유효성과 최후의 방어자 역할이다. 최근 중앙은행이 본원통화를 많이 공급해도 통화유통속도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민간에서 도는 유동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 그래서 투자와 소비가 통화정책에 반응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금리 스케일의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2008년 8월의 기준금리 5.25%가 2009년 2월에 2%가 되었다. 불과 6개월 만에 여섯 번에 걸쳐 3.25%포인트를 떨어뜨린 적이 있다. 즉 이런 식의 빠르고 큰 폭의 인하라면 실물 경제에 분명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실제로 그랬다. 그러나 지금 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이다. 그래서 내려봐야 한 번에 0.25%포인트 이상은 쉽지 않다. 특히 인하해도 이미 시중금리가 낮아져 있기에 시장에 큰 영향도 없다. 다음으로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세계 경제의'R(recession)'의 공포가 한국 경제에 현실화되는 경악스러운 미래를 상상해 보자. 지금도 낮은 금리 수준이지만 어쩌면 그때를 위해 이마저라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 옳을 수도 있다. 세간의 예상대로 금통위가 조금씩 인하해서 0%대의 금리 수준이 된다면, '명목이자율 영(零)의 한계(zero bound)' 또는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에 갇히게 된다. 이때 경제위기라는 폭풍이 닥치면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정답은 누가 봐도 ②번(인하) 같은데, 출제자가 원하는 답은 ③번(동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는 모른다.
어느 길이 한국 경제도 살고 금통위도 사는 길인지. 가을이 깊어지는 만큼 금통위의 고민도 깊어질 것 같다.

주 원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경제연구실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