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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국가태풍센터, 24시간 '철통 감시'… 태풍 진로 오차 절반으로 줄여 [현장르포]

안태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16 11:00

수정 2019.10.16 20:09

한라산 중산간 해발 246m 위치
예보관 4명이 24시간 교대 근무
대형 스크린에 실시간 감시 화면
"연구인력·기상 인프라 키워야"
국가태풍센터의 김대준 태풍예보관이 센터 통제실에서 메인 컴퓨터를 통해 대형 스크린 화면을 조작하고 있다. 사진=안태호 기자
국가태풍센터의 김대준 태풍예보관이 센터 통제실에서 메인 컴퓨터를 통해 대형 스크린 화면을 조작하고 있다. 사진=안태호 기자
【 제주=안태호 기자】 올 9월 한 달간 제주도는 연이은 태풍으로 인해 평년(243.1㎜)보다 두배가 넘는 '502.8㎜'의 비가 쏟아졌다. 특히 1297.5㎜를 기록한 제주 한라산 동쪽 해발고도 760m 지점 '성판악 자동기상관측시설(AWS)'을 찾은 지난 15일 오전, 변덕스런 제주 날씨처럼 북쪽 하늘은 구름과 안개가 뒤섞여 우중충했지만 남쪽은 푸른 하늘을 허락하고 있었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성판악 관측 지점은 기온 12.6도, 습도 87%로 차고 습한 바람이 5.0m/s의 속도로 북서쪽에서 불어오고 있었다.

성판악은 태풍이 한반도를 향해 접근할 때 기록적인 강수량으로 언론에 자주 언급되는 관측지점 중 하나다.
최근 제18호 태풍 미탁이 지나갈 때도 이틀간 301.5㎜의 비가 쏟아졌다. 해발고도 1950m의 한라산으로 인해 습한 공기나 비구름이 산을 타고 올라가면서 낮은 기온을 맞닥뜨려 비를 뿌리는 산악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기상관측 역사 이래 1950년, 1959년 이후 가장 많은 7개의 태풍이 한반도에 영향을 주면서 평소 400~500㎜를 기록하던 성판악의 9월 누적 강수량이 1300㎜에 달했다.

■직원 14명, 24시간 태풍 감시

이처럼 제주는 태풍으로 인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동시에 우리나라 영토 중 태풍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최전선이기도 하다. 이 최전선에서 태풍의 동향을 감시하고 정확한 진로 예측을 위해 힘쓰는 곳이 있다. 바로 올해만 7번의 태풍예보전투를 치른 '국가태풍센터'다. 지난 14일 한라산 중산간 해발 246m에 위치한 국가태풍센터를 찾았다.

국가태풍센터는 2002년 루사, 2003년 매미로 수백명이 죽고 다치는 등 큰 피해를 입자 태풍분석·예보업무 강화의 필요성이 제기돼 2008년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에 문을 열었다. 14명의 직원들이 24시간 태풍 발생을 감시하고 있다.

센터 2층에 위치한 통제실에 들어서자 한쪽 벽면을 차지한 대형 스크린에 수치모델예측자료, 천리안 위성 관측자료 등 태풍을 실시간 감시·분석할 수 있는 화면들이 가득했다. 메인 컴퓨터에서 스크린 조작이 가능해 중요정보를 크게 확대해서 보거나 여러 관측자료를 동시에 비교·분석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지난 5년 간 태풍예보를 담당해온 김대준 태풍예보관은 "현재 북서태평양의 태풍 발생 여부를 실시간 감시하고 있다"며 "태풍예보관 4명이 돌아가며 24시간 감시·분석 근무를 하고있다"고 설명했다.

■진로오차 줄여 '350㎞→184㎞'

태풍이 한반도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면 '태풍특별대응반'이 가동된다. 특히 올해 제13호 태풍 '링링'부터 각각 흩어져있던 태풍분석인력들이 센터로 모여 합동근무를 시작했다. 태풍예보관은 위성, 레이더 등 다양한 관측 자료를 보고 태풍의 진로를 분석하는데 해당 전문가와 영상이나 메신저로 소통하는 탓에 신속한 의사결정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국가태풍센터 정종운 센터장은 "종관분석팀과 중심TF에서 다섯분, 레이더센터에서 한분이 직접 센터로 와서 예보관과 직접 대화를 나누며 분석을 진행됐다"며 "예보관이 예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정확도가 많이 안정화된 것 같다"고 전했다.

국가태풍센터는 태풍예보 선진국인 미국, 일본에서 최근 5년간 발생한 태풍의 72시간 진로예보 평균 거리오차인 206㎞를 올해 목표치로 설정했는데 현재 184㎞를 유지하고 있다. 2010년 350㎞에서 크게 줄어든 수치다.

■"기상연구 인프라 키워야"

국가태풍센터는 지난 6일 열린 기상청 국정감사 때 등장하기도 했다.
한반도 영향태풍이 매년 증가하는 반면 센터예산은 되레 2017년 30여억원에서 2018년 20여억원으로 크게 줄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정 센터장은 "현재 예산으로 센터를 운영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다만 "센터 자체의 연구인력 증원이나 기상학계의 인프라가 발전하지 않으면 적절하게 예산이 쓰일 곳이 없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내 기상연구능력 향상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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