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감사인 지정제, 회계 투명성 높일 기회다

금융감독원이 삼성전자 감사인으로 회계법인 딜로이트안진을 지정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삼일PwC, KB금융지주는 EY한영이 감사인으로 지정됐다. 이는 2017년 개정된 신외감법(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것이다. 신외감법은 상장사에 6+3 룰을 적용하도록 했다. 기업이 6년간 감사인을 자율선임하면 이후 3년간은 금융당국이 지정하는 제도다. 감사인 지정제의 효과는 내년 3월 주총 시즌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감사인 지정제 도입은 불가피했다.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사건이 직접적 도화선이 됐다. 공적자금을 받은 부실기업의 회계부정은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국회가 외감법 전부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배경이 됐다.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서도 감사인 지정제는 필요하다. 한국의 국제 회계경쟁력은 주요국 중 꼴찌다. 지난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회계투명성 순위를 보면 한국은 63개국 중 62위다.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0위의 경제력,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정회원국이라는 위상이 무색하다.

다만 감사인 지정제가 뿌리를 내리려면 몇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먼저 회계를 보는 기업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여태껏 기업은 회계감사에 들어가는 돈을 군더더기 비용으로 간주했다. 회계사들은 일감을 주는 기업의 눈치를 살폈다. 기업이 갑, 회계법인은 을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바로 이런 인식을 고집하다 혼쭐이 났다. 지난 3월 삼일회계법인은 아시아나항공에 감사의견 '한정'을 매겼다. 그 여파로 경영진이 물러나고 회사가 매물로 나왔다.

거꾸로 회계법인이 기업을 상대로 갑질을 해서도 안 된다. 지정제 아래선 회계사들이 기업 눈치를 볼 필요 없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수 있다. 관행상 이어져온 위법이나 편법은 바로잡아야 한다.
하지만 해당 기업 또는 업종의 특수성을 배려하는 유연한 자세 또한 필요하다. 벌써부터 기업들은 감사 보수가 껑충 뛸까봐 걱정이다. 감사인 지정제가 더도 덜도 말고 기업·회계사의 관계를 수평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