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미니딜’의 진실은?… 美농산물 500억달러 합의 ‘애매모호’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17 17:48

수정 2019.10.17 17:48

트럼프 "500억달러 수입 관철" 자랑
1년인지, 2년인지… 모든게 ‘불확실’
"中, 핵심카드 허술히 썼을까" 분석
年 수입규모도 초월 의구심 증폭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 500억달러어치를 수입하기로 약속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장에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CNBC 등 미 언론들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이 미국에서 정말 500억달러어치 농산물을 수입할 것인지, 500억달러어치라면 1년동안인지 2년 동안인지, 또 미국은 그 대가로 중국에 무엇을 양보해야 하는지 모든게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년이 안되는 기간동안'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세부합의 사항은 발표되지 않은 상태다.

중국은 지난 11일 트럼프 대통령이 '1단계 합의'라고 주장하는 미국과 무역협상에서 이전과 다를게 거의 없는 양보안을 제시했고, 트럼프는 이를 덥썩 물었다. 트럼프는 대신 중국이 미 농산물 500억달러어치를 수입하기로 약속했다고 주장했고, 이날 백악관에서 류 허 부총리 등 중국측 대표단과 만난 수시간 뒤 루이지애나주 대선 유세전에서 참모들의 200억달러 주장을 물리치고 자신이 500억달러를 관철시켰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중 무역협상에서 자신들에게 가장 유리한 카드인 농산물 수입 카드를 그렇게 허술하게 썼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적어도 12월 15일 중국 제품 1560억달러에 대한 15% 관세 방침을 미국이 철회하도록 압박하는 협상카드로 활용하기 위해 계속해서 저울질 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내년 대통령 재선에 핵심 지지층 가운데 하나인 농민표가 매우 중요한 상태에서 트럼프를 압박하는 카드를 끝까지 활용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측에서 흘러 나오는 얘기들은 이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중국 협상팀은 계속해서 중국의 농산물 수입은 실제 수요와 공정한 시장가격에 기초해 움직일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가 주장하는 500억달러어치는 연간 미 농산물 전체 수출규모 1500억달러의 3분의 1에 이르는 규모이자, 중국의 연간 농산물 수입규모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어서 의구심은 더 증폭된다.

콩, 돼지고기 등을 비롯한 중국의 대미 농산물 수입 규모는 정점을 찍었던 2013년에도 290억달러어치 수준이었다. 2017년에는 240억달러어치로 줄었고, 미국과 무역전쟁 속에 브라질 등으로 수입선을 다변화 한 뒤인 지난 1년 동안은 92억달러어치로 쪼그라들었다.

중국이 필요로 하는 규모 이상을 수입하기를 미국이 원한다면 미국은 양보안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뜻한다. 류 부총리는 이렇게 되면 중국은 중국식량공사(COFCO)와 같은 국영기업을 동원해 농산물을 수입해야만 한다면서 이는 미국이 비판하고 있는 정부 주도 경제발전 모델에 적용되는 통제무역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대규모로 미국산 농산물을 수입할 수도 있지만 이는 미국의 중국 경제구조 개혁 요구와 양립하지 않기 때문에 구조개혁 요구를 철회하라고 간접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모호한 태도로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겅 샹 중 외교부 대변인은 15일 기자들에게 미 농산물 수입을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규모나 기간 등 세부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다음달 16~17일 칠레 산티아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간 서명을 앞두고 다음주부터 2주 동안 미국과 추가 전화회담에 나서는 중국이 트럼프의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해 농산물 수입 카드를 적절히 활용할 것임을 예고한다.

미 무역대표부(USTR)의 아시아 협상 대표를 지낸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ASPI) 부소장은 "앞으로 수주일 동안 (트럼프가 주장하는 500억달러를) 흔드는 수많은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해 트럼프의 호언장담과 달리 미중 무역합의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12월 관세방안을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면서 대통령이 "그 날(12월 15일)이 되기 훨씬 전에"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