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쿠르드족의 애가 <哀歌>


"쥐와 뱀이 우리 몸을 뜯어 먹었지만 어찌해볼 수 없는 신세. 정의는 어디에 있나. 아이들은 부모를 떠나야만 하고, 부모는 아이들을 떠나야만 한다네."

-쿠르드족 민요 말란 발키르(Malan Barkir:'천막을 싣다'라는 뜻) 중

세계 최대 나라 없는 민족, 쿠르드족의 슬픈 노래가 시리아 북동부에서 다시 울려퍼지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열흘 전인 9일 터키가 이 지역을 침공하면서 이곳에 거주하는 쿠르드족에게 무차별적 공격을 퍼부었기 때문이다. 터키 정부는 자국 내에서 분리독립을 위해 무장투쟁을 벌이고 있는 쿠르드 노동자당(PKK)의 테러 통로를 없애고 안전지대를 만들겠다는 명분으로 쿠르드 민병대(YPG)가 장악 중이던 이 지역에 폭격을 퍼부었다. 미군의 '이슬람국가(IS)' 소탕작전에 협력했던 시리아 민병대(SDF)를 테러세력으로 간주하고 있는 터키는 안전지대를 구축, 터키 국경에서 쿠르드족을 몰아내고자 했다. SDF의 대다수는 YPG 출신이다.

터키 입장에서 쿠르드족은 계륵과 같은 존재다. 성경에서 노아의 방주가 대홍수 끝에 닿았다는 터키 동부의 아라라트산을 기반으로 유목민족으로 살아왔던 이들은 여전히 이 지역을 장악하고 있다. 쿠르드족 인구는 현재 3500만~4500만명으로 추정되지만 터키와 시리아, 이라크, 이란 등 4개국 국경지대인 쿠르디스탄 지역에 널리 분포하면서 정확한 인구를 추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대략 터키의 남동부에 가장 많은 수가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르드인은 현재 8000만 터키인의 18%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1299년부터 800년 넘게 중동을 장악해왔던 오스만투르크가 1922년 마침내 분열되자 양을 치던 막대기 대신 총과 칼을 들고 쿠르드족만으로 구성된 국가를 세우기 위해 지난 100여년간 끊임없이 투쟁해왔다. 자치정부 수립을 돕겠다던 유럽과 미국 등 열강들의 배신으로 건국의 희망은 번번이 꺾였다. 국가를 이루지 못한 탓에 이 지역에서 전쟁이 발발할 때마다 이들은 가장 먼저 난민 신세로 전락했다. 지난 2015년 시리아 전쟁 때 유럽으로 향하다 터키 해변에서 숨진 세 살배기 아일란 쿠르디도 쿠르드족 난민이다.

그렇기에 쿠르드족은 끝없이 독립에 대한 갈망으로 투쟁을 벌이고 있다. 1980년대부터 PKK의 적극적인 분리독립 요구를 통제해왔던 터키 입장에서 PKK의 거점지역인 동남부와 인접해 있는 시리아의 쿠르드 민병대는 PKK와 연합해 혹여 터키 국토를 양분시키는 도화선이 될 수 있는 눈엣가시 같은 셈이다. IS 퇴치를 명분으로 2014년부터 최근까지 SDF가 미군과 함께 주둔하고 있을 때 어찌할 바를 몰랐던 터키는 최근 미군이 철수한 후 그간 마음에 걸렸던 국가분열의 싹을 없애기로 결심했다. 시리아 북동부 국경선에 접한 너비 30㎞ 정도의 땅을 '안전지대'로 설정, 쿠르드족을 몰아넣고 또 시리아 난민 최대 200만명을 강제이주시켜 터키 국경 밖으로 몰아낼 계획을 세운 것이다.

전쟁이 벌어지고 나흘이 지나서야 트럼프 행정부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터키에 파견하는 등 수습에 나섰고, 17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합의해 5일간의 '조건부 휴전'을 이끌어냈다. 터키는 안전지대를 자신들이 관리하고, YPG를 안전지대 밖으로 철수시킨다는 조건하에 미국과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종의 시한부 평화 속에서 시리아 북동부에 거주하던 쿠르드족은 자신들이 살았던 땅을 떠나야 한다. 배신과 배반의 역사를 수없이 겪어온 쿠르드족의 가장 유명한 속담은 '친구가 아니라 산을 벗하라'다. 이젠 벗할 산마저 떠나 머무를 수 있는 곳조차 없는 쿠르드족의 운명이 가혹하다.

jhpark@fnnews.com박지현 글로벌콘텐츠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