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저금리의 역습을 경고한 IMF 보고서

국제통화기금(IMF)이 저금리의 부작용을 경고했다. 16일(현지시간) 발표한 하반기 '세계금융안정보고서'(GFSR)를 통해서다. 보고서는 "예상보다 긴 저금리 기조가 기업과 신흥국을 채무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빚이 많은 기업과 신흥국, 보험사·연기금과 같은 비은행 금융기관들에 주의를 당부했다.

지금 세계 경제는 저금리의 딜레마에 빠졌다. 당장 경기를 살리려면 중앙은행은 금리를 더 내리고 정부는 돈을 더 풀어야 한다. 그 덕에 경기가 좋아지면 다행이지만 회복세가 시원찮으면 빚의 역습이 시작된다. 최악의 경우 부실기업은 파산하고, 펀더멘털이 약한 신흥국에선 외국자본이 빠져나간다. IMF의 경고는 이 같은 시나리오에 바탕을 둔다.

IMF는 특히 금융기관의 고위험 투자에 경종을 울렸다. 보험사·연기금·자산운용사들은 저금리 탓에 수익률이 낮아져 고민이다. 자연 수익률이 높은 고위험 금융상품에 유혹을 느낀다. 바로 한국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 은행에서 판 파생결합펀드(DLF)는 고수익은커녕 큰 폭의 손실을 냈다. 한 헤지펀드는 환매를 중단했다. IMF의 경고는 이미 한국 금융시장에선 현실이다.

하지만 빚이 무섭다고 우리만 긴축으로 돌아설 수는 없는 노릇이다. IMF도 한국처럼 여력이 있는 나라가 재정을 더 풀라고 권장한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얼마 전 한 연설에서 한국을 콕 집어 정부가 재정지출을 더 늘릴 수 있는 나라로 꼽기도 했다.

영국 가디언은 금융안정보고서에 대해 "역사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IMF를 괴롭히고 있다"고 평가했다. 찰스 킨들버거 전 MIT 교수(1910~2003년)는 금융위기를 "계속 피어오르는 질긴 다년생화"에 비유했다.
문재인정부는 재정지출을 대폭 늘렸고, 한은 이주열 총재는 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1.25%)으로 낮췄다. 돈을 풀 땐 풀더라도 빚 무서운 걸 잊어서는 안 된다. 기업들도 이자 싼 맛에 돈을 함부로 빌리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점을 늘 기억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