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文·아베 친서외교로 한·일 관계 돌파구 기대

한·일 관계가 어둡고 긴 터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이낙연 국무총리가 22~24일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에 참석하기로 하면서 아직 어슴푸레하지만 서광은 비치고 있다. 대한 무역보복 공세에 불을 댕겼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얼마 전 한·일 협력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도 일단 청신호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 총리 편에 아베 총리에게 전할 친서를 보낸다니 꽉 막힌 양국 관계가 출구를 찾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한·일 무역마찰은 시간이 갈수록 '공멸의 게임' 양상을 띨 참이다. 이미 일본 지방자치단체 여러 곳에서 아우성이 터지고 있다. 일본을 찾은 한국 관광객이 지난달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58.1% 감소한 20만1200명에 그치면서다. 양국 경제가 상호의존적인 한 우리도 내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일본의 핵심부품 수출제한으로 수출기업들이 겪고 있는 고충은 차치하고라도 그렇다. '노(NO) 재팬' 운동의 유탄을 맞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가 매물로 나왔다는 보도를 보라. 일본 관광과 일제 소비 안하기 캠페인이 주효하면서 국내 항공·여행업계의 내출혈도 커지고 있음이 뻔하다.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 이후 한·일 관계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아베 정부의 대한 수출규제와 백색국가 제외에 문재인정부가 대일 백색국가 맞불 제외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선언으로 응수하면서다. 하지만 이런 '치킨게임'이 양국 경제를 공히 '확증 파괴'하는 격이라면 서둘러 종식하는 게 옳다. 마침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쥔 아베 총리도 최근 국회 연설에서 "한국은 중요한 나라"라고 했다. 대한 무역보복 카드가 국제여론에도 부정적으로 투영되고 일본 경제에도 부메랑이 되자 출구를 모색하는 애드벌룬을 띄웠다는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다.

그렇다면 한·일이 소아병적 자존심 싸움에 연연할 게 아니라 최고위 레벨에서 타협점을 모색할 때다. 정부는 지금 일본의 핵심부품 수출규제에 맞서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어차피 한·일 무역갈등을 풀 만능열쇠일 순 없다. 긴 세월이 소요되기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 입장에서 한·일 간 상호 비교우위를 활용해 가성비 높은 완제품을 만들어 내놓는 게 글로벌 분업시대에 맞는 궁극적 해법일 수도 있어서다. 그래서 이 총리의 방일이 주목된다. 갈등의 핵심 고리인 징용문제에서 양국이 공히 남관표 주일한국대사가 언급한 것처럼'열린 자세'로 임해 꼬일 대로 꼬인 한·일 관계의 매듭이 풀리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