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존슨의 브렉시트 도박.. 英 새 합의안 19일 투표

새 합의안 19일 의회서 투표.. DUP 지원 없으면 통과 불가능

EU-英, 브렉시트 초안 합의
벨기에 브뤼셀에서 17일(현지시간)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사이에 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오른쪽 세번째)가 마크롱 대통령과 손을 맞잡고 다른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정치적 도박이 19일(이하 현지시간) 판가름 나게 됐다. 북아일랜드를 기반으로 한 민주유니온당(DUP)을 아예 배제한 채 유럽연합(EU)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을 진행한 상태에서 DUP 지원이 없으면 의회 통과가 어렵기 때문이다.

EU와 합의를 위해서는 DUP를 우선 배제해야 하지만 영국 의회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DUP가 꼭 필요한 상황에서 존슨 총리가 도박에 나섰고, 19일이면 성공 여부가 판가름 나는 것이다.

■의회 통과 여부 불확실

17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협상에서 배제된 DUP는 의회 통과를 저지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브렉시트 이후에도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사이에 국경장벽과 관세장벽을 세우지 않는 것을 보장하는 이른바 '아일랜드 백스톱'이라는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데 DUP가 걸림돌이 될 것을 우려한 존슨의 도박이 부른 결과다.

존슨은 EU와 합의를 위해 16일 밤 DUP와 연락을 아예 끊었다고 FT는 전했다. EU와 합의한 지금은 그러나 DUP가 절실히 필요한 상태다. DUP 소속 의원 10명의 지원이 없으면 브렉시트 합의안 의회 통과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총리실의 판단이다. 현재는 가장 가능성이 높지만 의회에서 합의안이 부결되면 영국은 합의 없이 노딜 브렉시트를 하거나 아니면 오는 31일인 탈퇴 마감시한을 연장해야 한다.

노딜 브렉시트는 의회가, 마감시한 연장은 존슨 총리가 반대한다. EU 내에서도 마감시한 연장에 관해 장클로드 융커 집행위원장은 반대,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찬성하며 의견이 갈린 상태다.

야당인 노동당과 이른바 '반란연합'이라고 부르는 보수당을 포함한 총리안에 반대하는 의원들은 2차 국민투표 추진으로 기울고 있다. 이들은 19일 표결에서 존슨안이 부결되면 노동자권리와 기후변화 규정이 포함된 테리사 메이 전 총리의 브렉시트안을 국민투표에 부쳐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메이 안과 뭐가 달라졌나

존슨 브렉시트안과 메이 전 총리의 안은 아일랜드 백스톱 등 일부를 제외하면 차이가 거의 없다. 브렉시트 협상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백스톱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메이 안은 브렉시트 뒤에도 영국 전역을 사실상 EU 관세동맹 안에 편입시키는 방안을 택했다. 북아일랜드와 사이의 아일랜드 해협에 관세장벽을 칠 수는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대신 이는 임시조처로 2년 전환기 동안 논의를 지속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존슨은 메이와 달리 북아일랜드를 EU에 내주고 나머지 영국을 지키는 방안을 내놨다. 브렉시트 뒤 아일랜드 해협에 장벽을 치는 것이 뼈대다. 존슨은 이 방안이 북아일랜드의 평화를 유지하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북아일랜드를 영국에서 떼어내는 것 같은 방식 때문에 의도적으로 DUP와 연락을 끊은 것이다.

존슨의 백스톱 방안은 또 메이 안이 임시조처였던 것과 달리 장기적인 방안이라는 차이점도 있다. 존슨안에 따르면 북아일랜드 의회는 4년마다 EU 관세동맹에 잔류할지 여부를 표결로 결정할 수 있다. 표결에서 잔류가 결정되면 4년 뒤 다시 표결하는 식이다. 대신 아일랜드와 통합을 원하는 내셔널리스트, 지금처럼 영국에 계속 남아 있어야 한다는 DUP를 중심으로 한 유니온주의자들 양측 모두에서 압도적인 EU 관세동맹 잔류 지지가 나오면 8년 뒤 다시 표결하게 된다. 반면 탈퇴가 결정되면 2년 유예기간을 갖게 되고 그동안 영국과 EU 간에 다시 협상이 이뤄지게 된다.

영국은 이번 브렉시트 합의에서 또 EU 노동규정을 비롯한 각종 규제들을 폐기할 수 있는 권리도 받았다. 당초 영국의 이 같은 요구는 EU에서 영국 기업에 특혜가 돌아갈 수 있다는 이유로 거부됐지만 이번에는 EU가 양보했다.
그렇다고 실제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영국이 브렉시트 이후 EU와 유리한 조건으로 무역합의를 맺기 위해서는 EU 규정들을 준수한다는 합의가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합의안은 대체로 존슨 총리가 명분을, EU는 실리를 가지는 쪽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