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내년 예산심의, 민생경제 회복에 집중하길

20대 국회 마지막 예산국회가 본격적으로 막이 오른다. 22일 정부로부터 513조5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청취하면서다. 새해 예산안은 사상 처음 500조원을 초과한 '슈퍼예산'이다. '재정중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그러나 균형재정을 고집하기에는 당면한 경제침체의 양상이 매우 심각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여야가 총액 삭감을 놓고 힘겨루기를 할 게 아니라 불요불급한 예산부터 솎아내는 등 민생회복을 제1순위에 두는 심의를 해야 할 이유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3당은 오는 11월 29일 국회 예결위에서 예산안을 의결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12월 2일 본회의 처리 법정시한은 꼭 지켜야 하지만 정략을 배제한 심의도 중요하다. 여야 모두 빈사 상태인 경제를 살리는 대의를 좇으란 뜻이다. 지금 한국 경제의 성장엔진은 식고 있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7%로 잡았다가 얼마 전 2.2%로 낮췄지만, 이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다. 1%대로 추락할 수 있다는 예측까지 나오는 터라 내년은 더 걱정스럽다.

그래서 슈퍼예산이 필요하다는 정부·여당의 입장은 일면 이해된다. 노벨경제학상을 탄 폴 크루그먼 교수도 한국 경제를 콕 찍어서 확장재정을 조언했다. 미·중 무역전쟁의 유탄을 맞은 수출기업들에 대한 재정투입이 그런 범주에 든다고 본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맞서 국내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키울 예산도 불가피하다.

그러나 역대 최대 규모인 25조7697억원의 일자리예산 등 일부 항목에서 불길한 그림자가 어른대는 게 문제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40% 아래로 떨어진 여론조사(한국갤럽)에서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이 부정평가 이유 1위에 올랐다.
올해 대규모 추경까지 편성해 일자리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질 낮은 노인 알바일자리 외에 성과가 없었음을 국민이 체감한 결과일 게다. 북핵 국제제재 국면에 올해보다 10.3% 늘어난 남북협력기금(1조2200억원)도 꼼꼼히 따져봐야 할 항목이다. 여야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포퓰리즘 성격의 '눈먼 예산'은 반드시 걸러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