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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만 연애의 방해꾼 "1인 4역 도전합니다"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21 16:48

수정 2019.10.21 16:48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에서
악마役 소화하는 바리톤 양준모
바리톤 양준모(왼쪽)가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를 연습하고 있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바리톤 양준모(왼쪽)가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를 연습하고 있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호프만 연애의 방해꾼 "1인 4역 도전합니다"
유럽에서 더 유명한 바리톤 양준모(사진)가 오펜바흐의 오페라 '호프만의 이야기'에서 1인 4역에 도전한다. 호프만의 사랑을 방해하는 악마 역할로 매 상황 다른 캐릭터로 출연한다. 양준모는 "각각 캐릭터와 음악적 표현이 달라 바리톤과 베이스를 따로 캐스팅하는 경우가 많다"며 "고음과 저음이 잘되는 바리톤이 맡으면 최고"라고 설명했다. 2007년부터 유럽 무대에 선 관록의 성악가지만 이번 작품이 '롤 데뷔'라 지난 6월부터 준비했다. "독일어, 이탈리아어, 영어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프랑스 오페라라 가사 읽는 법부터 익혔죠. '호프만의 이야기'는 오펜바흐가 미완성한 상태로 작고해 계속 새로운 버전이 나오는데요. 우리끼리는 '오펜바흐가 아직 살아있다'고 합니다.
"

이번 국립오페라단 버전은 어떨까? 그는 세바스티안 랑-레싱 지휘가와 뱅상 부사르 연출을 높이 평가하며 "좋은 그림이 나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굉장히 창의적이고 정확하다고 할까요? 판을 새로 깔고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있죠. 한국 관객 입장에서는 외국어라 감상에 한계가 있을 텐데, 무대와 음악, 가수들의 성량이 그 부족함을 채워줄 겁니다."

유럽에선 독일 작곡가 바그너의 작품을 하는 가수들을 바그너 테너, 바그너 바리톤라고 부르며 특별 대접한다. 독일 뉘른베르크 국립극장 주역 가수로 활동한 그는 바그너 바리톤으로 유명하지만, 정작 바그너보다 베르디나 푸치니 등의 이탈리아 오페라가 더 좋단다. "바그너를 한다는 것은 정말 출산의 고통에 비견할 수 있습니다. 가수들의 육체에 가해지는 데미지가 너무 커 고통스럽죠. 관객들의 박수를 받으면 그 고통이 사라지지만, 노래할 때는 너무 힘듭니다."

양준모는 최근 모교인 연세대 성악과 교수로 임용돼 후학 양성을 겸하고 있다. 2001년 유학길에 오르면서 시작된 타향살이가 근 20년 만에 막을 내린 것이다. "지난해 정말 두 갈래 길에서 고민이 컸습니다. 독일 드레스덴 젬퍼오퍼 전속가수 계약서와 교수 임용장이 동시에 제 손에 쥐어졌죠. 젬퍼오퍼 분장실에 가면 아직도 제 이름이 있어요. 극장장이 아직도 다시 오라고 농담을 던지죠." 지금은 학사 일정상 해외에서 오는 러브콜을 모두 다 소화할 수 없다. 아쉬울 때가 많지만, 국내 무대에 서는 기쁨도 남다르다. "한국 관객은 이탈리아인들처럼 열정적이죠. 제 노래에 반응하는 그들의 리액션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

'호프만의 이야기' 차기작은 무엇일까?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지만, 해외 유명 극장에 오를 현대음악 오페라에 출연할 예정이다. 내달에는 독일에서 '나부코' 무대에 오르며 동명 영화를 오페라로 초연하는 광주시립오페라단의 '박하사탕' 무대도 선다.


당장은 '호프만의 이야기'가 관객을 기다린다. 24~27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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