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서]

성윤모 '수출장관'이 돼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성윤모는 21일 취임 13개월을 맞았다. "제조업 활력을 되찾겠다"는 일성으로 장관에 취임한 지난해 9월, 수출(2018년 8월)은 역대 처음 4개월 연속 500억달러를 넘었다. 수출의 3분의 1을 '반도체'와 '중국 시장'이 지탱했다. 당시 자동차·조선 주력 제조업 침체 등 여러 위험신호가 있었으나 수출 반전(급락)을 염려하는 목소리는 '사상 첫 6000억달러 수출 돌파' 축포에 묻혔다. 취임 두달 후 성윤모는 "엄중"이라는 말을 처음 했다. 그는 무역협회 회장단과 간담회에서 '수출 1조달러'를 얘기하며 "내년(2019년)에는 통상환경이 매우 엄중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 '엄중'의 정도는 어떨까. 장관 취임 석달 후 반도체 경기가 꺾이면서 수출은 한순간에 급락(2018년 12월)했다. 10개월 연속 수출이 하락(9월 11.7% 감소) 중인데, 올해 안에 반등 가능성은 희박하다. 특히 30% 안팎 추락한 '반도체-대(對)중국' 수출은 같은 고리인데, 메모리반도체 수출의 절반 이상이 중국 수요다. 산업용 전력 판매량은 최근 5개월 연속 감소했다. '산업의 쌀'이라는 철강업에서 전력사용 감소폭이 컸다. 이는 기초소재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결국 투자와 산업이 둔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중소 제조업들이 밀집한 국가산업단지 가동률은 78%(6월 기준)로 최근 5년래 최저다. 외국인직접투자는 상반기 99억달러로 37%나 줄었다. 제조업 일자리는 한달 새 10만명 이상 사라지는 등 통계 작성 이래 최장기인 18개월째 마이너스다. 종합하건대 올해 우리 경제는 2% 성장도 장담 못하는 '매우 엄중'한 상황이다.

수출은 우리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그 비중이 40%대로 떨어지면 우리 경제 충격은 매우 크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2010년 1·4분기 46.4%)가 그랬고, 지금(47%)이 그렇다. 올 들어 수출 급감이 우리 경제성장률을 0.2%포인트 끌어내렸다는 게 한국은행의 보수적 진단이다.

이렇게 '극적인' 수출 급감을 산업부는 예측했을까. '반도체 착시'가 오래갈 것으로 낙관했고, 수출 호황 때 '위기'를 꺼낼 이유도 없었다. "경제가 나쁘다고 하면 더 나빠질 수 있다"며 디플레이션 논란을 경계하는 게 이 정부 입장 아닌가. 게다가 사상 최대 수출 덕에 문재인정부 초대 산업부는 '탈원전 에너지전환'에 힘을 다 뺐다. 이런 산업부가 요새 "미·중·독·일 등 주요국 수출이 모두 둔화하고 있다. 우리 수출물량은 견조한 증가세(1~8월 0.7%)로 비교적 선방하고 있다"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나 주요국의 경제규모, 통화가치 등 여건이 다른 우리와 비교는 정확하지 않다. 6% 경제성장도 어려울 수 있다는 중국(3·4분기 GDP 6% 성장)이다. 과거와 같은 '중국 특수'는 기대하기 어렵다. 수출회복 없는 재정지출로는 '속이 찬' 2%대 경제성장은 불가능하다.

'성윤모의 13개월', 수출은 정점에서 급락 중이다. 이런 추세라면 성윤모는 최장기 수출 감소 장관의 불명예로 기록(2015~2016년 19개월 감소, 최장기)된다. 고비용·저효율 산업구조, 중국의 추격, 일본의 견제 속에 우리 주력산업을 고도화하고 시장을 다변화하는 전략, 정부도 잘 알고 있다. 성윤모는 그간 매달 1개꼴로 산업·수출·에너지 중장기 대책·전략·비전을 쏟아냈고, 20여차례 소위 잘나가는 기업들을 찾았다.
폐업한 군산공장, 일감이 떨어진 조선·원전·자동차 부품업체 등 '궂은' 산업 현장에서 그가 엄중하게 경청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성윤모는 그가 낸 정책을 단단히 다지면서 '수출 르네상스'를 되살려야 한다. '수출 장관' 성윤모가 돼야 한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경제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