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빌보드 1위의 진정한 의미

'21세기 비틀스'로 불리는 BTS에 이어 에스엠엔터테인먼트의 아이돌 그룹 슈퍼M이 또다시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 1위를 차지했다. 외국인이 데뷔하자마자 1위를 기록한 것은 비틀스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이 그룹은 며칠 전 아티스트 차트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좀 과장해서 말하면 우리는 비틀스만 한 세계적 음악그룹을 1년 만에 두 개나 보유한 셈이 된다. 문화적 자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왜 21세기에 들어와 이렇게 놀라운 성과들을 얻게 됐는지 그리고 그 의미는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첫째, 분석을 위해 K팝에 대한 정의를 먼저 해야 한다. K팝은 한국의 대중음악을 뜻하기도 하지만 '해외에서 화제를 일으키고 소비되는 아이돌 그룹의 음악'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때 아이돌이란 기획사, 즉 문화기업이 생산해 낸 복합적 산출물(제품이자 서비스이기도 하고 콘텐츠)이다. 최초의 아이돌 산출물은 1996년 데뷔한 H.O.T.라고 할 수 있다. 아티스트 중심인 문화예술 영역에 제조업의 대량생산 개념을 도입, 체계적 생산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둘째, 지난 20여년간 K팝은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프로듀서가 주도하는 혁신 시스템을 기반으로 생산·유통·소비 혁신을 이룩함으로써 차별적 음악 생태계를 구축했다. 이 생태계를 기반으로 수많은 아이돌 그룹이 탄생했으며 오늘날 빌보드 1위를 연속해서 기록할 수 있었다.

셋째, K팝 혁신 생태계가 만들어낸 음악은 고유 전통문화에서 직접 비롯된 것도 아니고, 세계적인 댄스뮤직의 변종으로 일시적 유행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미 해외 언론들이 평가하고 있듯이 '기존에 없는 개성과 새로움'을 가지고 있으며, 초국적 음악개성과 차별적 특성을 소유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세계 대중음악을 선도하고 독점해 오던 영미권 시장 진입에 드디어 성공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K팝의 빌보드 1위란 창의적이고 매력적인 아티스트들이 우연히 이뤄 낸 예술적 성공이 아니라 체계적 혁신의 산물이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 즉 협소한 국내 음악시장과 음반시장의 쇠퇴, 온라인 불법복제 등 복합적 위기요인을 극복하기 위해 해외시장에 도전해 기업가정신으로 혁신을 이뤄 낸 결과다. 그리고 계속적으로 프로듀서 혁신가들이 등장해 혁신활동을 이어감으로써 건강한 산업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 K팝 현상은 혁신이론 관점에서 바라봐야 성공요인을 제대로 분석할 수 있다. 차별화된 댄스음악, 매력적인 외모와 칼 군무, 아이돌 육성시스템, 소셜미디어 활용 등 각종 보고서와 기사에서 언급하고 있는 피상적 요인만으로는 K팝 성공의 핵심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또한 정확한 미래전망도 어렵다.

필자는 한류의 미래에 관한 지난 기고문에서 한류의 전성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전망했다.
그 이유는 지난 20년 동안 그래왔듯이 K팝 혁신 생태계를 기반으로 신전략들이 등장함으로써 전 세계 음악시장에서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에스엠과 함께 슈퍼M을 짧은 시간에 빌보드 1위에 등극시키는 데 기여한 CMG의 스티브 바넷 회장도 "이건 단지 시작일 뿐이다. 앞으로 더 많은 일이 기다리고 있다"고 전망했다.

이장우 경북대 교수·성공경제연구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