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분석]

노인일자리만 늘려놓고 "개선"… 정부의 '위험한 경기 인식'

제조·금융·보험업 취업자  감소
주당 36시간 미만 일자리만 증가
자영업도 '나홀로 사장' 늘어

지난해 열린 2018 관광산업 일자리박람회를 찾은 취업준비생 및 학생들이 관련 업체 부스를 돌아보고 있다.© News1 박정호 기자 /사진=뉴스1
정부의 고용시장 개선 진단과 달리 내수부진 속에 고용시장의 불안감은 한층 커지고 있다. 지난달 초단기 근로자 수가 역대 최대를 경신하는 등 불안정한 취업자 중심의 고용 형태가 활발해서다. 여기에 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 자영업의 '나홀로 사장'은 늘고, '고용원 있는 사장'은 급감하는 추세다. 전문가들 역시 재정으로 만든 일자리를 빼면 고용 상황은 오히려 악화됐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반해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고용시장의 뚜렷한 회복 흐름이라는 평가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일자리 개선에 대한 실질적 국민 체감도는 떨어지는데 정부의 일자리 상황에 대한 인식은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1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달 15~64세 고용률은 1년 전 0.3%포인트 상승한 67.1%를 기록했다.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취업자 수 증가폭은 34만8000명으로 전월(45만2000명)에 두달 연속 30만명 넘게 증가했다. 실업률 역시 1년 전보다 0.5%포인트 하락한 3.1%를 기록하며 같은 달 기준으로 2014년(3.1%)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이를 토대로 최근 고용시장의 회복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전날 기자브리핑에서 "전반적으로 고용이 개선되는 추세에 있다"며 "40대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연령대에서 고용률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고 밝혔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도 "지난 8월에 이어 9월에도 3대 고용지표가 모두 크게 개선되며 고용시장의 뚜렷한 회복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고용 상황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고용사정이 개선됐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지표상으로 일부 개선됐더라도 구조적 불안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근로 시간대별 취업자 수 증감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달 비교적 안정적 일자리인 주당 36시간 이상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45만2000명(-2.0%) 감소한 반면 36시간 미만 취업자 수는 73만7000명(16.3%) 급증했다.

특히 '초단기 일자리'로 분류되는 주당 1~17시간 취업자 수는 37만1000명(24.5%) 증가했다. 이는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은 큰 증가 폭이다. 고용시장 구조가 여전히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주당 18~36시간 취업자 수 역시 36만6000명(12.2%) 늘었다.

양질의 일자리가 몰려 있는 제조업과 금융 및 보험업 취업자 수 역시 계속 감소하고 있다. 주력 산업인 제조업은 지난해 4월(-6만8000명)부터 18개월 연속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보험업 역시 구조조정 여파로 지난달 4만3000명 감소하는 등 고용 상황은 악화세다.

경기부진으로 인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일자리 상황도 좋지 않다. 자영업자 중에서는 고용원 없는 '나홀로 사장'만 늘었다. 1년 전보다 11만9000명(3.0%) 증가하며 지난 2월(4000명)부터 8개월 연속 증가세다. 업황부진으로 신규 창업 자영업자들이 인건비를 아끼려 종업원을 두지 않거나, 매출악화로 종업원을 내보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고용의 질 개선의 근거로 삼았던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지난달 16만6000명(-10.0%) 줄었다.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12월(-28만1000명) 이후 최대폭 감소폭이다. 통계청은 도소매업 업황부진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는 고용시장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한발짝만 들어가보면 단기간 아르바이트가 늘어나는 등 일자리의 질은 오히려 악화됐다"며 "총량적인 지표만 보고 개선됐다는 정부의 진단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고 말했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