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사실 공표 금지법 속도내는데… 목소리 한번 못내는 경찰

당정, 檢에 집중하며 경찰 '패싱'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 이후 '피의사실 공표 금지법'에 대한 추진 속도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관련법의 적용을 받는 경찰에 대해서는 '패싱'이 일어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의사실공표가 검찰 개혁의 중요 안건으로 자리잡으면서 경찰의 현안으로는 고려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검찰개혁특위 위원장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피의사실 공표는 검·경을 아우르는 문제"라며 추후 관계기관과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당정 차원에서 경찰과의 협조가 진행되고 있지는 않는 것이다.

■피의사실공표 금지법, 경찰 패싱?

경찰청 수사기획과 관계자는 21일 "수사권 조정을 담은 형사소송법이 개정된다면 (피의사실 공표 금지법은) 경찰도 일차적으로 적용받게 된다"며 "그러나 관련 공문 등 구체적인 메시지를 받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지난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권 보호를 위한 수사 관행 개선방안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피의사실공표 등 수사관행의 개선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민주당은 피의사실공표 금지를 법제화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앞서 발표한 공보준칙 개정과는 별도로 피의사실 공표 금지를 법으로 못박겠다는 것이다. 당정은 관련 개선안을 이르면 이달 안으로 확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피의사실 공표 문제가 검찰개혁의 일환으로만 소개되고 있어, 관련 개정안의 적용을 받을 예정인 경찰의 목소리가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법령으로 가면 당연히 경찰도 적용되기 때문에, 경찰의 목소리가 들어가야한다"면서도 "피의사실공표 문제가 검찰쪽으로 집중돼 있다 보니, 당에서도 아직까지 (검찰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도 피의자를 비롯한 사건 관계자를 공개소환하지 않도록 방침을 정하는 등 피의사실 공표 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최근 간담회에서 검찰의 공개소환 폐지 방침에 대해 ""경찰도 향후 수사에서는 기조에 맞춰서 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히기도 했다.

■"관련 개선안 의견 개진"

경찰은 울산지역에서 검찰에 입건된 울산경찰청 수사관 사건이 영향을 받을 수도 있어, 피의사실 공표 관련 논의에 민감한 상황이다. 울산지검은 지난 1월 위조약사면허증을 가지고 약을 제조해 구속된 남성의 자료를 배포한 일이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된다며 울산청 수사관 2명을 입건한 바 있다.


다만 법무부가 마련 중인 '인권보호수사규칙'과 '수사공보준칙' 개선안 등에 대해 경찰의 의견을 묻는 등 완전한 '경찰 패싱'으로 가지는 않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두 개선안은 기소 후에도 원칙적으로 관련 정보에 대한 공개를 금지하고, 중요 사건의 착수 사실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공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주께 법무부에서 인권보호수사규칙에 관한 의견조회가 와서 관련 의견을 개진했다"며 "공보준칙의 경우 법령으로 격상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