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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합의 의회통과해도 불확실성 수년간 짓누를 것"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22 10:30

수정 2019.10.22 10:30

Speaker of Britain's House of Commons John Bercow gestures during a debate after giving a statement in the House of Commons in London Monday Oct. 21, 2019. The government request for a meaningful vote on the government's Brexit deal with Europe is rejected Monday by Speaker Bercow. (Jessica Taylor/H
Speaker of Britain's House of Commons John Bercow gestures during a debate after giving a statement in the House of Commons in London Monday Oct. 21, 2019. The government request for a meaningful vote on the government's Brexit deal with Europe is rejected Monday by Speaker Bercow. (Jessica Taylor/House of Commons via AP)
[파이낸셜뉴스] 영국 의회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합의안을 통과시켜도 불확실성은 앞으로도 수년 동안 남아있게 될 것으로 전망됐다. 브렉시트 합의안을 통한 '질서 있는 브렉시트'는 그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2년으로 예상되는 전환기, 또 그때까지도 협정을 맺지 못할 경우 브렉시트처럼 또 다시 연장에 연장을 거칠 가능성이 높은 영국과 EU간 향후 관계설정에 관한 협상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 협상 자체가 브렉시트 협상에 버금가는 또는 그보다 더 큰 파급력을 가질 것이어서 그에 따른 불확실성이 영국을 짓누르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CNBC는 21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을 인용해 영 하원의 브렉시트 합의안 통과 여부는 그저 첫번째 관문일 뿐이라며 이같이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지난 3년 반 동안의 혼란을 부추긴 잇단 협상과 정치공작들은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고 수년을 이어갈 것이라며 이같이 우려했다.
영국은 2016년 6월 당시 총리이던 데이비드 캐머런이 정치기반을 다지기 위한 수단으로 브렉시트 국민투표 모험을 강행했고, 예상과 달리 국민들이 브렉시트에 찬성하면서 이후 극도의 혼란을 겪고 있다.

이례적인 혼란으로 기업들은 투자 결정을 계속해서 미루고 있고, 가계 역시 미래 계획을 세우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집 구매부터 이직, 휴가에 이르기까지 온갖 의사결정이 불확실해지고 어려워지고 있다.

이달초 영국은행(BOE)은 보고서에서 "브렉시트 불확실성이 기업투자, 영국 자산 가격, 외국인들의 영국 자본 이동 흐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런던 싱크탱크 유럽개혁연구소(CER)는 지난주 보고서에서 "브렉시트 국민투표 최대 희생자는 기업투자"라고 지적한 바 있고,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 총재를 지낸 악셀 베버 UBS 회장은 브렉시트가 광범위한 '투자 파업'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오는 31일로 일단 정해져 있는 브렉시트 마감시한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이같은 불확실성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니크레디트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에릭 닐슨은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영국과 전세계 사이의 교역 투자에 드리운 명확성 결여는 이제 그저 시작일 뿐"이라며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닐슨은 "우리는 이미 10년에 걸친 불확실성 속에 살고 있다"면서 "이는 영국의 성장을 앞으로 수년 동안 잠식하게 될 것이 거의 틀림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브렉시트 합의안이 의회를 통과한다 해도 "이 합의는 그저 '이혼합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영국이 앞으로 다른 나라들과 어떻게 살지, 교역할지, 투자할지 같은 모든 협정들은 여전히 협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닐슨은 "자주 거론되곤 하는 캐나다와 EU의 경우 무역협상에 7년이 걸렸고, 이를 비준하는데 다시 1년이 걸렸다"면서 그때까지 불확실성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전환기 마감시한이 가까워질 때까지도 영국이 EU와 무역협상을 마무리짓지 못하면 협정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 공포가 다시 엄습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렌베르크 은행의 영국 담당 선임 이코노미스트 캘럼 피커링도 보리스 존슨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 의회 통과가 불확실성 일부는 제거할 수 있겠지만 전부를 없애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피커링은 "질서있는 브렉시트는...단기 경제·정치 전망 시나리오 범위를 극적으로 좁혀 경제적 불확실성을 큰 폭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이는) 브렉시트 최종 형태에 대한 불확실성을 종식시키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시 말해 미래 영국과 EU간 경제적 관계"에 불확실성이 남아 있게 되며 이같은 불확실성은 "전환기 내내 기업 활동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곧 있을 영국 총선은 그야말로 혼란 그 자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야당은 브렉시트에 관한 2차 국민투표나 브렉시트를 아예 폐기하자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또 이후 모든 총선에서는 영국과 EU간 관계에 관한 논쟁으로 온 나라가 혼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됐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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