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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文정부, 재정 더 쓰되 재정준칙도 세워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22 17:40

수정 2019.10.22 17:40

문대통령 예산안 시정연설
총선 앞둔 선심성 경계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정기국회 시정연설에서 "재정의 과감한 역할이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재정이 대외충격의 파고를 막는 방파제, 경제의 활력을 살리는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해 예산안은 513조5000억원 규모로 올해보다 9.3% 늘었다. 문 대통령은 재정건전성 훼손에 대한 우려를 의식한 듯 "내년도 국가채무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40%를 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는 재정을 더 써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인식에 공감한다. 나라 안팎이 다 어렵다.
밖에선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거인이 한판 붙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와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내렸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은 이 파도의 한복판에 있다. 올해 한국은 2% 성장이 될까 말까다. 한 가지 다행은 우리 국가재정이 꽤 양호하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IMF는 한국 정부에 재정을 더 풀라고 줄기차게 주문했다. 그래서 나온 게 내년 예산안 증가율 9.3%다. 재정을 늘려 경제를 살릴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재정을 더 과감하게 투입해야 할 근본 이유는 양극화 해소에 있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가 21일(현지시간) 발표한 '글로벌 웰스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 상위 1%가 전체 부의 45%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상위 1%가 전체 부의 3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극화 해소는 21세기 세계 경제가 풀어야 할 숙제다. 빈부 격차는 사회안정을 해치는 데 그치지 않고 경제 성장에도 마이너스다. 최근 남미 칠레에선 지하철 요금 인상 때문에 유혈시위가 벌어졌다. 그 밑바닥엔 소득 격차에 대한 강한 불만이 깔려 있다. 시장경제를 신봉하는 정부라면 먼저 시장에 자율을 주되 혹독한 경쟁에서 처진 이들은 국가가 재정으로 돌봐야 한다.

그렇다고 예산, 곧 세금을 함부로 써도 좋다는 뜻은 아니다. 베네수엘라 사례에서 보듯 선심성 재정은 되레 경제를 망친다. 이는 가난한 이들을 더 가난하게 만들 뿐이다. 포퓰리즘을 방지하려면 먼저 강력한 재정준칙을 세워야 한다. 현행 국가재정법은 "정부는 건전재정을 유지하고 국가채무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86조)할 뿐 강제 조항은 없다.
법을 바꿔 구체적으로 국가채무 비율을 숫자로 적시할 필요가 있다. 법률에 밑그림이 그려져 있으면 재정을 늘릴 때마다 불필요한 논란을 피할 수 있다.
재정확대론자인 문 대통령이 내년 봄 총선을 앞두고 국가재정법 개정을 국회에 요청한다면 금상첨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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