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좌절된 존슨 브렉시트 시간표..조기총선? 노딜? 대혼돈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23 15:23

수정 2019.10.23 15:23

Britain's Prime Minister Boris Johnson, center, sits on the government front bench in the House of Commons in London following the debate for the EU Withdrawal Agreement Bill, Tuesday Oct. 22, 2019. British lawmakers have rejected the government?셲 fast-track attempt to pass its Brexit bill within da
Britain's Prime Minister Boris Johnson, center, sits on the government front bench in the House of Commons in London following the debate for the EU Withdrawal Agreement Bill, Tuesday Oct. 22, 2019. British lawmakers have rejected the government?셲 fast-track attempt to pass its Brexit bill within days, demanding more time to scrutinize the complex legislation and throwing Prime Minister Boris Johnson?셲 exit timetable into chaos. (Jessica Taylor, UK Parliament via AP)
[파이낸셜뉴스] 영국 하원이 22일(현지시간) 보리스 존슨 총리가 유럽연합(EU)과 합의한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 방안을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하원은 곧바로 브렉시트 합의안 하원 심사를 사흘 안에 끝내야 한다는 존슨 총리의 요구는 기각했다. 오는 31일 마감시한 안에 브렉시트를 끝낸다는 존슨의 계획은 사실상 실현이 불가능해졌다.

마감시한 연장을 놓고도 의회와 총리 간에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존슨은 시한 연장이 1회성의 10일에 그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의회는 110쪽짜리 합의안을 심사하고, 수정안을 만들기에는 부족한 시간이라며 이에 반대하고 있다. 총리실 내부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일부는 아예 합의안 상정을 철회하고 합의 없이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를 강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참모들은 이 합의안을 토대로 시간을 좀 더 갖고 브렉시트를 진행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영 하원이 예상을 깨고 브렉시트 합의안 논의에 착수하기로 결정했지만 여전히 브렉시트 혼돈은 가시지 않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존슨은 이날 하원 표결에서 절반의 승리만을 거뒀다. 첫번째 표결에서는 기대 밖의 선전으로 브렉시트 합의안 심사를 시작한다는 결론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지만 자신이 '죽기 살기로' 반드시 이루겠다고 다짐했던 '10월 31일 마감시한 내 브렉시트'는 사실상 물 건너 갔다. 하원은 예상과 달리 북아일랜드 민주유니온당(DUP)과 보수당에서 축출된 의원들, 여기에 노동당 반란표 19표까지 더해지면서 과반을 30표 웃도는 329명의 찬성(반대는 299명)으로 존슨의 합의안을 심사하기로 결정했다. 하원이 심의를 거쳐 수정할 것이 있으면 수정해 브렉시트 합의안을 표결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원은 곧바로 또 다른 표결을 통해 이번에는 존슨이 주장한 '심의기간 3일'은 기각했다. 24일 밤까지 논의를 끝내야 한다는 존슨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원은 결정했다.

존슨의 '시간계획표' 부결로 인해 이달말 마감시한 안에 EU를 탈퇴한다는 그의 다짐은 달성 가능성이 거의 사라졌다. 또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전에 조기총선을 통해 브렉시트를 비준하겠다는 존슨의 계획도 역시 힘들어졌다. 하원 의원들은 110쪽에 이르는 브렉시트 합의안을 3일 안에 논의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총리의 주장을 일축했다. 존슨 합의안대로라면 졸지에 영국 본섬과 국경을 사이에 두게 된 북아일랜드 의원들의 불만은 더 컸다. DUP의 엠마 리틀 펜젤리 의원은 북아일랜드와 영국 본섬 간의 관세장벽에 대해 깊은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사흘로는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하원과 존슨 정부는 또 브렉시트 마감시한 연장을 두고도 충돌했다. 하원은 법안 논의에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반면 존슨은 10일 이상은 줄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존슨은 EU의 마감시한 연장 기간이 10일을 넘어서면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총선을 실시하겠다고 협박했다. 법안 심사가 길어지면 브렉시트 합의안이 누더기가 되면서 EU와 재협상에 나서야 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결과다. 그는 또 EU는 이번에 마감시한 연장을 하면서 이번이 마지막 연장이라는 점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원에서의 1승 1패, 마감시한 연장을 둘러싼 논쟁은 존슨 측근들을 분열로 내몰고 있다. 존슨의 한 참모는 EU가 이같은 조건을 받아들일리가 없다면서 "(브렉시트) 법안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합의안 없이 노딜 브렉시트로 가자는 얘기다. 그러나 다른 이들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테리사 메이 총리가 3번이나 실패했던 브렉시트 합의안 상정을 마침내 이뤄냈다면서 "여기까지 왔으니" 좀 늦어지더라도 법안 통과에 전념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존슨은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는 브렉시트 심의 개시 결정을 "환영하고, 즐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도 시간표 기각은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가 실망에 더 기울어 법안을 폐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 노딜 브렉시트가 다시 부상할 수 있다. EU는 일단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한 EU 외교관계자는 "런던의 먼지가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브렉시트를 둘러싸고 영국의 교통정리가 끝난 뒤에 입장을 정하겠다는 것이다. 노딜 브렉시트 불확실성은 브렉시트 전환기가 끝나는 내년 말이 가까워지면 다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때문에 영국 의회는 또 다시 노딜 '벼랑 끝'에 몰리지 않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보수당 정부 장관을 지낸 닉 볼스 의원은 의회가 거부한다는 표결을 하기 전에는 영국 정부가 EU에 전환기 기간 연장을 자동으로 요구하도록 하는 법안을 마련 중이다.

한편 영 하원에서 존슨 합의안이 통과되면 상원에서도 통과돼야 합의안이 법적 효력을 갖게 된다.
또 하원이 이날 존슨 합의안의 골격을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하원에서 법안이 수정되면 존슨 총리는 합의안을 폐기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