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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최후통첩...금강산관광사업 최대위기

김병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23 16:30

수정 2019.10.23 16:30

[파이낸셜뉴스]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금강산의 남측시설들을 싹 들어내도록 하라"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시에 아직 제대로 꽃도 피지못한 금강산 관광사업이 뿌리채 뽑힐 위기에 처했다.

현대그룹측은 단정지을 수 없다는 반응이지만 이날 김 위원장의 발언은 미국의 눈치를 보지 말고 우리측에 사업을 재개하든 철수하든 선택하라는 '최후통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교착상태가 지속중인 북미대화 재개를 위한 우리의 역할을 압박하는 일종의 '지렛대 전략'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정은의 노림수 뭔가
23일 김 위원장은 최근 금강산관광지구를 방문해 "과거 남한에서 지은 건물은 민족성이라는 것은 찾아볼 수 없고, 가설건물을 방불케 할 뿐만 아니라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아 남루하기 그지없다"고 혹평했다. 그러면서 해당 건물을 남측과 협의해 모두 철거하고 북한식으로 다시 짓도록 지시했다.

금강산관광지구의 남측건물은 주로 정부와 한국관광공사, 현대아산이 소유하고 있다.
이산가족면회소는 정부, 금강산온천·문화회관·온정각 면세점해금강호텔은 관광공사 소유다. 현대아산측 건물은 온정각, 옥류관, 온천빌리지, 구룡마을, 금강빌리지, 연유공급소, 부두시설, 금강산병원 등 9개다.

금강산관광사업은 지난 1998년 11월 18일 이산가족 등 826명을 태운 관광선 금강호가 동해항을 출발해 북한 장전항에 입항하며 시작됐다. 하지만 관광객 200만명 돌파를 앞둔 2008년 7월 관광객 고 박왕자씨가 북한군의 총격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며 지금까지 전면 중단된 상태다. 때문에 대부분의 시설이 11년 동안 관광사업이 중단되며 제대로 개보수도 되지 않은 상태다.

김 위원장이 "평양시에 일떠세운 현대적인 건축물들과 삼지연군건설,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건설, 양덕군 온천관광지구건설을 통해 준비된 강력한 건설력량이 있다"며 자신감을 보인 것도 금강산 관광시설이 그만큼 노후됐다는 평가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대남 압박 강도 최고조
김 위원장은 금강산관광지구총개발계획을 만들어 단계적으로 건설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또 금강산관광지구일대를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마식령스키장이 하나로 연결된 문화관광지구로 조성하도록 했다. 사실상 방치된 금강산 관광사업을 북한 독자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의사다.

정부는 김 위원장이 '남측의 관계부문과 합의하여'라고 발언한 것에 의미를 두는 분위기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측이 요청을 할 경우에 우리 국민의 재산권 보호 그리고 남북합의의 정신, 또 금강산 관광 재개와 활성화 차원에서 언제든지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며 "일단 지금은 북측의 의도라든지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국민의 재산권 보호 차원에서 대처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향후 금강산 문제로 남북대화가 시작되면 북측은 남측이 금강산에 건설한 시설들의 신속한 철거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며 "금강산 문제로 남북대화가 재개되더라도 그것이 남북관계의 개선이나 해빙으로 연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대북 제재와 남북경색 장기화에 대비해 김정은이 금강산에서 남한의 흔적을 지우려 하고 있어 금강산관광이 더 이상 '남북화해협력의 상징'으로 남기 어렵게 됐다"고 우려했다.

우리 정부의 대응은
김 위원장의 발언에는 중의적인 의미가 담겨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박정진 경남대 교수는 "더이상 기다리지 않고 북한식으로 바꿔 금강산관광사업을 하겠다는 것과 그게 싫으면 전향향적으로 움직이라는 것으로 해석된다"면서 "대남압박과 노후시설 개보수 등을 모두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위원장이 선임자들의 의존정책이 매우 잘못됐다고 한 발언에 대해 "남측에 기대는 것처럼 사업을 진행하는 게 아니라 동등한 관계 재정립을 원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박 교수는 "북한은 유엔제재하에서도 관광에서 만큼은 민족내부의 문제로 진행돼야 한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우리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요구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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