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경실련 "'소주성' 부작용에 보수정책 회귀…재벌개혁 제자리"

뉴스1

입력 2019.10.24 17:56

수정 2019.10.24 17:57

경실련은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30주년 기념 토론회를 열고 재벌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2019.10.24/뉴스1©News1
경실련은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30주년 기념 토론회를 열고 재벌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2019.10.24/뉴스1©News1

(서울=뉴스1) 유경선 기자 = 재벌개혁과 경제정의를 주창하는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24일 창립 30주년 기념 토론회를 열고 정부의 경제정책 현주소를 점검했다. 토론회에서는 '촛불정부'를 자임하고 출범한 현 정부가 재벌개혁 문제에서 큰 진척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윤순철 경실련 사무총장은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토론회 개회사를 통해 "문재인 정부는 국민에게 재벌개혁을 약속했지만 별다른 의지조차 보여주지 못했다"며 "늦었지만 이제는 재벌개혁을 꼭 시작해야 한다"고 토론회의 문을 열었다.

발제자로 나선 김호균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이사장도 성장만을 중시하는 한국의 경제정책이 여전히 지속되면서 재벌개혁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한국의 성장지상주의는 경제위기와 시민혁명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욱 공고해지면서 경제정의를 지속 훼손하고 있다"며 "경제성장을 위해 육성된 재벌들은 이제 한국의 사회를 지배하는 세력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 경제정의는 재벌에 집중된 경제력과 재벌의 시장지배력 남용이 가장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며 정경유착 등 그동안 지적돼온 재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인 경실련 정책위원장도 발제를 통해 재벌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또 현 정부가 실효성 있는 재벌개혁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박 위원장은 "현 정부는 재벌경제에서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며 "경제구조를 바꾸는 작업을 했어야 하는데 이를 하지 않고 '소득주도성장'을 밀고 나가다가 (부작용에) 놀라서 하루아침에 다시 박근혜·이명박정부의 정책으로 거의 회귀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재벌개혁에서는 '재벌들이 열심히 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수준"이라며 "검찰개혁 부문에서 입법이 필요없는, 시행령 수준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내놨는데 재벌개혁에서도 그 정도 노력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지는 토론에서는 전직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 출신의 김경율 회계사가 첫 토론자로 나섰다. 김 회계사는 지난달 조국 전 법무부장관 지지자들을 가리켜 '입으로만 개혁을 외치는 위선자들'이라고 비판했다가 참여연대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바 있다.

김 회계사는 현 정부를 가리켜 "경제정의와 재벌개혁에 완전한 디폴트(Default·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며 "이런 정부에 대해 발제문을 작성하며 비참했다"고 정부 비판으로 입을 뗐다.

또 "현 정부는 초반에 90% 가까운 지지율을 기반으로 행정부를 장악하고 의회에서도 다수당이었지만 많은 재벌개혁 관련 공약을 실행하지 않았다"며 "이중 몇 개나 실현됐는지 의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을 언급하면서 "귀추를 주목해야 할 사건"이라며 "시민사회와 노동계,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정부 당국자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하고, 현 정부는 이것 하나라도 제대로 마무리짓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회계사는 이어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5촌 조카 조모씨의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해 "이 사건에 천착한 개인적인 이유는 코링크PE가 무자본 인수합병 방식으로 경영권을 확보했기 때문"이라며 "코스닥판에 조씨와 같은 사람들이 흔한데, 소액주주를 궤멸시키고 노동자들의 삶의 일터를 빼앗는 금융시장의 흡혈귀 같은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씨를 계기로 코스닥 주가조작세력의 무자본 인수합병을 엄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다음 토론자인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진보정부가 들어섰지만 왜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성과가 없느냐는 질문을 받는 건 뼈아픈 일"이라며 "비판에 대해서 겸허히 인정하지만 고군분투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으로 부분적으로나마 재벌개혁을 실현하고 있다고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토론을 시작했다.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재벌 관련 문제가 "경제문제이지만 정치문제"라며 "금권력이 정치권력과 결탁해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망가뜨리는 게 제일 무서운 일이고, 이걸 막으려면 정치적 연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박 의원은 "자유한국당이 아무 협조를 안하면 (재벌개혁) 법이 잡혀 있고 폐기되는 운명"이라며 "국회에서 새로운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정치의 문제도 지적했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정미화 경실련 공동대표는 "정부에 대한 비판이 상당히 많았는데, 반환점을 돌고 있는 정부에게 마지막 남은 기회라 생각한다"며 "그래서 정부에 대해 신랄한 말을 드렸고, 적극적인 입법안이나 개혁업무를 강화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토론회를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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