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통일

北 “금강산 韓 당국·민간 설치 시설 철거해라”..남북관계 위기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25 16:19

수정 2019.10.25 16:19

정부 “재산권 지키며 조건·환경 고려, 방안 마련”
문서교환 방식으로 실무적 부분 논의하자 밝혀
"남북경협 외세 눈치보는 文정부에 불만 표출"
노동신문은 지난 2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 사진=뉴시스
노동신문은 지난 2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북한은 25일 금강산 관광지구에 있는 우리측 시설의 철거계획을 논의해보자는 통지문을 통일부와 현대그룹에 각각 전달했다. 최근 북미대화 교착으로 남북관계 역시 경색됐지만 이날 북한의 일방적 통보로 향후 남북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측은 통지문을 통해 “금강산 지구에 국제관광지구를 새롭게 건설할 것이며, 합의되는 날짜에 들어와 당국과 민간이 설치한 시설을 철거해가길 바란다”며 “실무적 문제는 문서교환 방식을 통해 합의하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통일부는 “정부는 관계기관 협의를 통해 국민 재산권 보호를 최우선하는 방향에서 적극 대처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강산관광사업의 의미를 고려하면서 조건과 환경을 충분히 고려하고, 달라진 환경을 충분히 검토, 금강산관광의 창의적 해법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면서 “국제정세와 남북협의 등 제반조건과 환경, 국내적 공감대 형성 등을 종합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일방적인 통보는 사실 새로운 일은 아니다. 지난 2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0여년 동안 사실상 방치된 우리측 금강산 시설을 “싹 들어내고 우리식으로 새로 지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불과 이틀 만에 김 위원장의 말을 행동을 옮긴 셈이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 위원장이 평안남도 양덕군 온천관광지구 건설현장을 현지 지도했다고 전했다. 그는 양덕온천관광지구를 두고 "이것이 우리식, 조선식 건설"이라고 만족감을 드러내며 "금강산과는 정말 대조적"이라고 발언했다.

그동안 북한은 우리 정부를 향해 “외세의 눈치를 보지 말고 민족의 이익을 대변하라”며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연연할 것 없이 남북경협 사업을 추진하자는 입장을 직·간접적으로 전달했다.

하지만 남북경협 사업은 제재의 벽을 넘지 못하고 사실상 올스톱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조치로 남북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미국에 제재 해제를 강하게 요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가장 만만해 보이는 한국을 향해 행동을 보인 것”이라며 “한국 뿐만 아니라 미국에게도 ‘우리는 말 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알린 셈”이라고 설명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도 “한국이 미국에 입김을 넣을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한 북한이 비핵화 국면에서 한국과의 관계를 단절하려는 의도로 보인고, 앞으로 남북관계는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우리 정부를 상대로 북미대화 재개 등에 활용하려는 지렛대 전략이 더이상 먹혀들 지 않을 것으로 본 것이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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