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돼지고기 안심하고 먹자

지난 9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국내 처음으로 발생했다. 지난해부터 중국 등 아시아권에서 발생하기 시작하면서 국내 다수 매체들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관한 정보를 다뤘고, 이제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돼지에 치명적인 질병이고 사람에게 감염되지 않는다'는 정보는 누구라도 알고 있다.

그러나 한 달여간 발생신고 등의 언론 보도가 이어짐에 따라 국내에서 처음으로 겪는 돼지질병에 대해 국민의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그 불안감은 돼지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과 돼지고기 기피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막연한 불안감은 불필요한 사회경제적 소모만 야기할 뿐이다. 과거 조류인플루엔자(AI), 구제역(FMD)이 발생할 때마다 해당 고기를 기피하는 현상은 있었고, 그 시기가 지나면 해당 고기의 소비는 원래대로 돌아왔다. 이런 반복적 현상이 과학자이자 수의사로서 안타까울 따름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시중에 판매되는 돼지고기는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

첫째, 질병의 원인체 특성상 사람에게 감염되지 않는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그 원인체가 바이러스다. 바이러스는 스스로 생식이 불가능해 특정 생물체의 세포표면 수용체와 결합하고 세포 내로 들어가야 증식할 수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는 멧돼지 등 돼지과 동물의 특정 세포에서만 증식이 가능하다. 사람 세포에서는 살아가지 못한다. 또한 ASF 바이러스는 안정적 구조를 지닌 DNA 바이러스로, 돌연변이로 인해 사람에게 감염될 가능성도 낮다. 실제로 지난 100년간 50개국 이상에서 발생한 질병이지만 사람 감염이 보고된 바 없다.

둘째, 감염된 돼지와 감염 가능성이 있는 돼지는 도축되지 않는다. 최초 발생 이후 농가들의 적극적인 신고가 있었고, 발생농장 돼지를 포함한 감염 가능성이 있는 돼지는 모두 살처분했다. 정부는 강화, 파주 등 발생지역 내에서 사육하는 모든 돼지를 수매 처분하는 이례적인 조치도 시행했다. 또한 질병 발생신고 날짜 이전에 출하하거나 도축한 돼지가 있을 경우에는 이력을 추적, 전량 폐기하고 있다.

셋째, 도축 시 수의사의 상시검사가 이뤄진다. 돼지가 도축장에 도착하면 수의사는 돼지의 건강상태를 검사하고 살아있는 상태의 돼지가 질병이 없다고 판단해야 도축을 허용한다. 도축하는 과정에서도 고기상태를 검사해 최종적으로 수의사가 확인한 결과 합격판정을 내린 안전한 돼지고기만 유통한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돼지도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질병에 걸린다. 다만 그 질병이 축산업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느냐, 사람에게 감염되는 질병이냐 등에 따라 관리방안은 달라진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양돈산업에 큰 피해를 주는 질병이지만 사람의 건강에 영향을 주는 질병은 아니다.


분명한 것은 그간의 막대한 인력과 세금을 투입해 실시해온 조치들은 국내 양돈산업을 유지해 돼지고기를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그리고 그 노력들이 돼지고기 기피현상으로 인해 퇴색되고 있다.

정부는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안전을 넘어선 안심'을 위한 노력을, 국민은 더욱 이성적 판단을 해야 할 때다.

박용호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