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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울며 겨자먹기식 코세페, 언제까지 해야 하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28 17:16

수정 2019.10.28 22:14

코리아세일페스타
코세페, 즉 코리아세일페스타가 내달 1일부터 22일간 열린다. 코세페 추진위원회는 지난주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행사에는 600여개 업체가 참가신청서를 내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근혜정부 시절인 지난 2015년 처음 시작된 코세페는 매년 9~10월 행사를 진행해왔으나 올해는 개최 시기를 한달가량 늦췄다. 또 행사를 민간에 넘기라는 지적에 따라 올해는 업계가 행사 방향을 정하고 정부는 이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블프)'라는 별칭에서 알 수 있듯이 코세페는 미국의 블프와 '중국판 블프'로 불리는 광군제를 벤치마킹해 만든 행사다. 블프는 매년 추수감사절(11월 넷째주 목요일) 다음 날인 금요일 열리는 연중 최대 할인행사로 미국 소매업 연간 매출의 20~30%가 이날 발생한다.
그 덕에 적자가 흑자(Black)로 전환된다고 해서 '블랙프라이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또 중국 알리바바가 2009년부터 매년 11월 11일 진행하는 광군제는 행사 시작 10년 만에 4000배 가까이 성장해 이날 하루 매출만 2135억위안(약 35조원)에 이르는 세계 최대 쇼핑축제로 자리를 잡았다.

블프나 광군제를 따라잡아 '쇼핑강국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정부의 포부를 나무랄 이유는 없다. 하지만 올해로 벌써 5회째를 맞은 코세페의 위상은 여전히 초라하다. 무엇보다 방법이 틀렸다. 올해부터 행사를 민간 자율에 맡기고 정부는 이를 후원하는 방식으로 바꿨다고 하지만 아직도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해서다. 이번 행사의 주요 참여업체 중 하나인 백화점들은 지난주 초까지만 해도 행사 불참 의사를 밝혔다. 할인판매와 관련한 공정위와의 이견 때문이다. 행사 개막을 앞두고 일단 보이콧을 철회하는 쪽으로 갈등을 봉합했지만 영 뒷맛이 개운치 않다.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참여하는 온라인 쇼핑업체들의 자세도 소극적이긴 마찬가지다.

블프나 광군제는 100% 민간이 주도하는 행사다.
어디에서도 '관제'의 그림자를 찾을 수 없다. 소비를 진작해 내수경기를 활성화하겠다는 정부의 뜻은 좋지만 자율성이 배제된 행사가 성공하긴 쉽지 않다.
기업들이 마지못해 참가하는 행사는 차라리 안하느니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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