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국책연구원도 비판한 '답정너'식 정부

권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28 17:35

수정 2019.10.28 17:35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그대로 답해의 줄임말
[기자수첩] 국책연구원도 비판한 '답정너'식 정부
지난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 자유한국당 의원은 "문재인정부가 국민 입에 재갈을 물리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이 지난 13일 "경제위기를 너무 쉽게 언급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한 발언을 두고서다. 당시 이 수석은 진보·보수 간 진영대결을 경제 문제로까지 끌고 가선 안 된다고 했다.

한국당 편을 들겠다는 게 아니다. 가뜩이나 우울한 경제지표를 깎아내리며 정치적 도구로 삼는 모습을 수차례 봤기 때문이다. 해결책 대신 현 정부를 얼마나 더 아프게 꼬집을 수 있을지에 집중하는 듯한 인상이었다.
한국당은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 때문에 우리나라가 베네수엘라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리나라와 베네수엘라는 국내총생산(GDP) 규모, 산업구조도 판이하다며 "자존심이 상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민간 전문가나 싱크탱크의 '옐로카드'에 우리 정부가 귀를 닫고 있다는 한국당의 지적에는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의 저물가 현상에 대한 정부의 태도만 해도 그렇다. 홍 부총리는 "작황 호황에 따른 농산품 가격 하락과 석유류 가격 하락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며 "세계가 저성장·저물가·저투자가 고착화되는 뉴노멀이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민간의 우려에 대해서는 일찍이 귀를 닫았다.

28일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마저도 작심 비판을 내놨다. 디플레이션이냐 아니냐를 가리기 이전에 지나치게 낮은 물가상승률 자체를 주의 깊게 봐야 한다는 뜻에서다. 그러면서 물가하락 추세가 공급측 요인뿐 아니라 수요측 요인 원인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정부의 물가인식을 전면적으로 반박한 셈이다.


같은 날 이낙연 국무총리는 "(문재인정부 후반부는) 더 낮게, 더 가깝게 다가가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다가가야 할 곳은 정부가 바라는 목소리를 내주는 곳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 하는 이른바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그대로 답해)식 행태는 야당뿐 아니라 온 국민의 질타 대상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ktop@fnnews.com 권승현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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