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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12일 총선 확정 英...정국 혼란 걱정 더 커진다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30 15:32

수정 2019.10.30 15:32

Britain's Prime Minister Boris Johnson is seen on Downing Street in London, Britain October 29, 2019. REUTERS/Toby Melville TPX IMAGES OF THE DAY /REUTERS/뉴스1 /사진=
Britain's Prime Minister Boris Johnson is seen on Downing Street in London, Britain October 29, 2019. REUTERS/Toby Melville TPX IMAGES OF THE DAY /REUTERS/뉴스1 /사진=
[파이낸셜뉴스] 영국이 오는 12월 12일 조기 총선을 실시하기로 확정지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29일(현지시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4번째 조기총선안이 하원에서 통과됐다. 여당인 보수당과 노동당 등 야당은 각자 이번 총선에서 과반 의석 확보를 통해 브렉시트 주도권을 쥐겠다는 심산이지만 일각에서는 이미 지난 3년간 지난했던 브렉시트 공방으로 지친 국민들이 어느 편을 들어줄지 알 수 없어 조기총선에서 과반 정당이 없는 '헝 의회(Hung Parliament)' 구도가 형성되면 오히려 향후 정국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줄짜리 조기총선안 결국 통과
영국 하원은 이날 밤 "12월 12일에 총선을 개최한다"라는 한 줄짜리 문장으로 된 정부의 단축 법안을 찬성 438표, 반대 20표로 가결했다. 200명의 의원은 기권했다. 이어 노동당이 조기총선 투표일을 9일로 앞당기는 수정안을 표결에 부쳤지만 이는 찬성 295표, 반대 315표로 부결됐다.


하원에서 통과한 단축 법안이 상원에서 통과되면 오는 주말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외신들은 상원에서 단축 법안이 별다른 반대에 부딪히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상원을 통과하면 영국은 1923년 이후 96년만에 크리스마스 시즌인 12월 총선을 치르게 된다. 당초 영국의 차기 총선은 오는 2022년 열릴 예정이었다.

존슨 총리는 그간 자신의 브렉시트 계획이 의회에서 가로막힐 때마다 조기 총선 카드를 꺼내왔다. 현재 영국 하원의 의석 650석 중 여당인 보수당이 288석으로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존슨 총리는 전날인 28일 세 번째 조기 총선 동의안이 담긴 '고정임기 의회법'을 상정했지만 제1야당인 노동당이 대거 기권하면서 부결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직후 존슨 총리는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하원 과반 지지만 얻으면 통과될 수 있는 단축 법안을 다시 재상정했고 결국 조기 총선을 얻어냈다. 존슨 총리는 표결 승리를 위해 지난달 당론에 반해 투표했다는 이유로 출당시켰던 21명의 보수당 의원 중 10명도 복귀시켰다.

■英 역사상 가장 불확실한 선거될 듯
이번 조기 총선 법안이 하원을 통과하게된 것은 노동당 등 야당이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당초 노딜 브렉시트(영국의 합의없는 유럽연합(EU) 탈퇴) 우려가 사라지면 조기 총선에 동의하겠다고 밝혀온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이날 오전 예비내각회의를 열고 조기 총선 찬성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코빈 대표는 "EU가 브렉시트를 1월 31일까지로 연기했기에 향후 3개월 간 노딜의 위험이 사라졌다"며 "이번 선거는 나라를 변화시키고 국민을 억압하는 기득권에 대응할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노동당은 국민의 편이지만 존슨의 보수당은 소수의 특권층만 신경쓰고 있다"며 "노동당은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제3당인 스코틀랜드국민당(SNP)과 제4당인 자유민주당도 이번 조기 총선을 통해 EU 잔류 지지자들을 결집시키고 최대한 많은 의석수를 확보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기총선에서 각 당들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현재 여론조사에서는 보수당이 지난 7월말 존슨 총리 취임후 지지율 36%로 노동당 23%에 두 자릿수 차이로 앞서고 있지만 총선 결과는 투표함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 과거 테레사 메이 총리 정부 당시 보수당은 여론조사에서 더 높은 지지율을 얻었지만 2017년 총선에서 오히려 의석을 잃었다.

조기 총선이 크리스마스를 불과 2주도 남겨놓지 않은 12월 12일 열리는 것이 투표율을 떨어뜨려 노동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거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노동당의 지지층인 대학생들이 12일 대부분 학기를 마치고 방학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조기 총선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보수당과 노동당 모두 다수당이 되는 데 실패해 '헝 의회'가 되는 것"이라며 "이 경우 강력한 리더십이 사라진 상태에서 정부, 의회, EU 모두 브렉시트를 둘러싸고 지지부진한 교착상태를 반복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과거 보수당에서 내각 장관을 맡았던 익명의 관계자도 "보수당 내에서도 조기 총선이 도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며 "이번 선거가 어느 당도 제대로 지지하지 않은채로 결론난다면 영국 정치에서 브렉시트 마비의 또 다른 장을 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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