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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탈원전 놔두고 전기료만 올리려는 한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30 17:08

수정 2019.10.30 17:08

한국전력이 그간 적자를 가중시킨 전기료 한시 특례할인제도 폐지를 추진한다. 김종갑 한전 사장은 지난 29일 언론을 통해 이 같은 방침을 확인했다. 탈원전을 포함한 정부의 에너지수급 정책을 좇느라 떠안게 된 경영부담을 결국 이기기 못해 전기요금을 '사실상' 인상한다는 뜻이다. 각종 명목의 전기료 특례 할인으로 지난 한 해만 1조1434억원이 모두 한전 비용으로 전가됐기 때문이다.

사실 두부(전기요금)가 콩(발전 원가)보다 싼 현상은 시장원리에 부합되는 건 아니다. 산업 경쟁력 확보나 물가안정 등 정부의 정책적 목표에 따라 취해진 결과일 뿐이다.
문제는 이런 역설이 빚어지는 과정에서 한전의 적자가 누적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올 상반기에만 9285억 적자를 보태자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한국전력의 자체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전기료 특례 할인 폐지는 어쩔 수 없는 자구책 성격인 셈이다.

한전 측이 정부와 협의를 전제로 전기료의 용도별 원가공개 방침을 밝힌 점도 주목된다. 영업비밀이라며 비공개 방침을 견지해오던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원가를 투명하게 공개해 그에 맞춰 요금체계를 개편하는 게 원론적으론 옳다고 본다. 이를테면 원가에 비해 과도하게 할인한 것으로 추정되는 여름철 주택용 전기료나 농업용 전기료는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원가공개 방침이 업계 일각의 우려처럼 내년 총선 이후 전기료를 인상하기 위한 군불때기가 아니길 바란다. 수조원대 영업이익을 내던 한전이 탈원전 정책이 시작된 2017년 이후 적자로 돌아선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 발전과 에너지저장장치(ESS) 충전 할인이 한전 내출혈의 주요인이어서다. 원전에 비해 가성비가 떨어지는 태양광·풍력에 대한 보조금과 액화천연가스(LNG) 사용량 증가로 발전 원가가 급등한 현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정부와 한전 등 전력당국이 나무(전력생산)와 숲(국민경제)을 함께 시야에 넣고 과속 탈원전정책을 재고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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