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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국가통계에 자꾸 정치색 입히려는 통계청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30 17:08

수정 2019.10.30 17:08

청장이 비정규직 억지 해명
반대로 나왔어도 그랬을까
'비정규직 0' 정책을 표방한 문재인정부에서 지난 1년 동안 비정규직이 86만7000명이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양극화 해소정책에도 불구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도 역대 최대로 벌어졌다. 통계청은 29일 이런 내용을 담은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매년 1회 8월을 기준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숫자·임금 등을 집계·발표하는 통계다.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8월 현재 비정규직이 748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86만7000명이 늘었다. 이는 역대 최대이며 전년도 증가폭(3만6000명)의 무려 24배나 된다.
전 연령대에서 비정규직이 큰 폭으로 늘었지만 그중에도 특히 60대 이상과 20대에서 증가폭이 컸다. 반면 정규직은 같은 기간 35만명이 줄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도 지난해보다 7만1000원 더 벌어졌다.

문재인정부의 고용정책이 양과 질에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쳤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불경기와 기업의 과중한 인건비 부담이 겹치면서 고용악화의 요인이 된 것으로 지적된다. 우리 경제는 올해 1%대의 저조한 성장이 예상된다. 10년 만에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는 셈이다. 주요 기업의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큰 폭으로 줄었다. 반면 최저임금 급등의 영향으로 기업의 인건비 부담은 늘었다. 기업들이 인건비가 비싼 정규직을 줄이는 대신 비정규직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고용난을 덜어주기 위해 재정을 풀어 노인일자리 사업을 많이 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결국 시장논리를 무시한 무리한 정책이 화근이 됐다.

이런 통계를 놓고 강신욱 통계청장이 브리핑을 자청한 것도 이례적이었다. 그는 "이 통계를 전년과 비교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설문 문항이 추가돼 비정규직이 35만~50만명 과대 추계된 것 같다"는 설명을 내놓았다.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도 "조사방식이 바뀌었기 때문에 역대 최대 증가폭이라고 볼 수 없다"며 거들었다.

그러나 이런 해명은 부적절하다. 시계열 분석이 어려울 정도의 단절이 있었다면 그 사실을 사전에 공표했어야 한다.
그리고 기존 조사방식에 의한 데이터를 함께 공개해 조사방식 변경에 따른 편차를 객관적으로 비교·평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 과정 없이 편의적으로 시계열 분석을 하면 안된다고 말하는 것은 통계 신뢰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행위다.
비정규직 수가 줄어든 것으로 통계가 나왔어도 그런 말을 하겠는지 돌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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