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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도전하면 밟아 죽이면서…벤처에 사상 최대 투자 '하나 마나'

뉴스1

입력 2019.10.31 06:15

수정 2019.10.31 10:41

택시업계와 갈등을 빚었던 승합차 공유 서비스 '타다'를 운영한 이재웅 쏘카 대표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 News1 민경석 기자
택시업계와 갈등을 빚었던 승합차 공유 서비스 '타다'를 운영한 이재웅 쏘카 대표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이수호 기자 = "미국도, 동남아도 다 있는데 우리나라만 모빌리티 유니콘이 없어요." (국내 벤처투자사 A사 관계자)

올해 벤처 투자규모가 사상 최대인 3조원을 넘겼지만 검찰의 '타다' 기소로 커가는 모빌리티 벤처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표밭'을 의식한 정치권의 눈치보기 탓에 미국의 우버·리프트, 중국의 디디추싱, 동남아의 그랩 등 국가마다 탄생한 모빌리티 유니콘이 한국에선 설자리를 잃고 있다.

31일 벤처캐피털협회와 스타트업 투자통계 사이트 'THEVC'에 따르면 올해 9월 까지 3분기 누적으로 벤처시장에 투입된 액수는 3조원에 달한다. 그중 투자액 중 카풀 관련 모빌리티 스타트업으로 향한 투자액은 5%가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벤처투자 확대에도 '타다 사태'에서 보듯 혁신에 재갈을 물린다면 '벤처 정신' 도전에 누가 나서겠느냐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는 혁신성장을 외쳐대며 벤처 육성에 '헬리콥터'처럼 돈을 퍼붓고 있지만 정작 규제에 발목잡힌 스타트업 현장은 사지로 내몰리는 실정이다. 벤처 캐피탈 업계에서 투자할 돈은 넘쳐나는데 투자할 데가 없다고 하소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재가 모일 수 있는 창업 여건이 안되기 때문이다.

벤처 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터전은 마련해주지 않은 채 정부는 '창업하라'고 젊은이들의 등만 떠미는 격이다. '파괴적 혁신'으로 요약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했다는데 공부를 제일 잘하는 학생들의 1순위 진학목표는 이과는 '의사', 문과는 '선생님·공무원'인 실정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바뀐다는데 선호 직업은 여전히 '면허'가 있는 의사, 교사, 공무원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창업하기 좋은 여건을 획기적으로 마련해주지 않고 투자액만 늘리는 것은 '눈먼 돈'만 양산하는 악순환이다.

모빌리티 업계는 '정부의 조율 실패'와 '규제 몸살'로 위축된 대표적인 사례다. 타다의 운영사 '쏘카'가 5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이후 유사 서비스인 럭시와 콜버스, 풀러스, 어디고 모두 대규모 투자를 받지 못했다. 마카롱택시를 운영하는 케이에스티모빌리티가 1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것 외에 벅시(15억)와 위모빌리티(2억) 모두 소액의 투자를 유치하는데 그쳤다. 우버와 리프트, 그랩 등 해외 유니콘 중 카풀 관련 스타트업이 다수를 차지하는 것과 동떨어진 현실이다.

국내 카풀 관련 모발리티 스타트업에 투자금이 몰린 것은 지난 2017년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미국 사모펀드 TPG캐피털로부터 5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유치를 받은 후, 럭시(카카오모빌리티 인수)와 쏘카 등이 연이어 100억대 투자를 받았지만 올초 택시기사 분신사망사고를 계기로 관련시장 투자 및 인수합병(M&A)가 뚝 끊겼다.

이는 지난 1월 카카오 카풀 출시 예고에 분신을 택한 택시기사 사건 이후, VC업계가 카풀 스타트업을 외면한 탓이다.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는 "한국에서 모빌리티 스타트업을 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고 지적했고 익명을 요구한 VC 관계자 역시 "기존 산업과 타협하라는 정부의 기조를 벗어난 타다도 문제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혁신산업을 키우겠다면서 총선 표를 의식한 정부의 앞뒤 다른 행동에 더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중소기업벤처부의 투자상품인 '팁스'를 운영하고 있는 VC사 대표 A씨 역시 "할말은 많으나 현 시점에서 공개적으로 의견을 내기가 어렵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정부의 벤처투자 기조가 꺾일 것을 우려해 비판적 발언을 내놓기 어렵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실제 2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김경진 의원은 "쏘카(타다 운영사)에 투자한 투자사들도 마찬가지로 형법상 공범 혐의로 처분받을 수 있으니, 신속히 이사회를 열고 투자를 철회하라"며 투자업계까지 압박했다. 투자의지가 있어도 정치권 눈밖에 날 것을 우려해 쉽게 투자의향서도 전달하기 어렵다는 것이 VC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투자사 관계자는 "김경진 의원의 저런 위협적인 멘트에 대해 지적하는 이가 하나 없다"면서 "정부의 벤처생태계 지원 규모가 역대 최대인 상황에서 자칫 정책기조와 반대되는 의견을 피력할 경우, 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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