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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 깜빡이 켠 일본은행...'이미 마이너스 금리인데 어쩌나'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31 15:55

수정 2019.10.31 16:42

일본은행 포워드가이던스 수정
금리 인하 가능성 명시  
미국 등 주요국들과 달리 마이너스 금리 상태
추가 완화시 부작용 우려 목소리 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로이터 뉴스1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로이터 뉴스1
【도쿄=조은효 특파원】 일본은행(BOJ)이 10월 31일 현재 마이너스(-)인 기준금리를 향후 더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일본은행의 기준금리는 단기금리를 마이너스(-)0.1%로 유지해 장기금리(10년 물 국채)를 제로금리(0%)로 유지하는 정책인데, 이미 마이너스인 단기금리를 더 낮출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지난 9월부터 미국을 필두로 한국·인도·브라질 등 전세계 주요국들이 속속 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과 달리, 당분간은 기존 완화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일단 한 박자 쉬어가기로 했다.

일본은행은 이날 금융정책결정회의 실시 결과, 현재의 기준금리는 유지하기로 했으나 선제적 안내(포워드가이던스)를 통해 향후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문구 형태로 이뤄진 포워드 가이던스는 중앙은행이 시장에 기준금리의 방향성을 예고해주는 역할을 한다. 일본은행에 따르면 "현재의 장·단 금리의 수준, 또는 이를 하회하는 수준으로 움직이는 것을 상정하고 있다"는 것이 이날 새롭게 수정된 포워드 가이던스다.
지금까지의 문구는 "적어도 2020년 봄까지는 상당 기간 초저금리를 유지한다"는 것이었다.

일본은행이 즉각 추가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은 것은 아직은 일본 경제의 하방 압력이 크지 않고, 최근 엔저 움직임과 미·중 미역전쟁이 소강상태에 이른 점 등이 작용했다. 그보다 더 현실적인 속내는 여타국들과 달리 이미 기준금리가 마이너스 상태이기 때문에, 더 완화할만한 정책 여력이 크지 않아 수단을 아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추가 완화시 그에 따른 정책 부작용도 고려해야 할 변수다. 시중은행의 예금금리는 1%미만으로 이미 하단이 형성돼 있으나 대출금리는 더 내려갈 수 밖에 없다. 시중 은행들로선 예대마진 축소로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게 된다. 시장의 거품 가능성도 점검해야 한다. 구로다 하루히로 일본은행 총재가 열흘 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금융세미나에 참석해 일본의 추가 금융완화 실시와 관련 "부작용에 대해 관리하도록 하겠다"고 말한 것도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러나 결국엔 주요국들의 금리 인하 대열에 합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본 정부는 최근 발표한 10월 월례 경제보고서를 통해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 중이나 약세가 장기 지속중이라고 밝혀, 경기 판단을 사실상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한국은행 동경사무소 관계자는 일본은행의 이날 정책 스탠스에 대해 "앞서 9월 회의 때보다는 확실히 완화적이다"고 평가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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