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맥 잡히던 세월호 희생학생 못타고 "해경청장, 헬기 타고 갔다" (종합)

뉴스1

입력 2019.10.31 16:57

수정 2019.10.31 17:11

31일 서울 중구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세월호참사 구조수색 적정성 조사내용 중간발표 기자간담회'가 끝난 뒤 4.16 가족협의회 유가족들이 슬픔에 잠겨 있다. 2019.10.31/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31일 서울 중구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세월호참사 구조수색 적정성 조사내용 중간발표 기자간담회'가 끝난 뒤 4.16 가족협의회 유가족들이 슬픔에 잠겨 있다. 2019.10.31/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31일 서울 중구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구조수색 적정성 조사내용 중간발표 기자간담회'에서 4.16 가족협의회 유가족들이 참사 당시 관련 영상을 보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2019.10.31/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31일 서울 중구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구조수색 적정성 조사내용 중간발표 기자간담회'에서 4.16 가족협의회 유가족들이 참사 당시 관련 영상을 보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2019.10.31/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31일 서울 중구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구조수색 적정성 조사내용 중간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참관인들이 '전면재수사'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2019.10.31/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31일 서울 중구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구조수색 적정성 조사내용 중간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참관인들이 '전면재수사'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2019.10.31/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유경선 기자,서혜림 기자,민선희 기자 = 4·16 세월호참사 당일 아직 맥박이 남아 있던 희생자가 이송 헬기가 있었지만 이를 이용하지 못한 채 4시간이 넘게 걸려 병원으로 이동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준비된 헬기에는 당시 서해청장(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과 해양경찰청장이 타고 떠났으며, 희생자는 결국 배를 통해 병원으로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31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세월호참사 구조수색 적정성 조사내용' 중간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이날 특조위는 참사 당일 해경 등으로부터 제공받은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참사 당일 단원고 학생 A군이 이동된 과정이 해경 등이 찍은 영상에 담겨 있다.

특조위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참사 당시 세 번째로 발견된 단원고 학생 A군은 발견 직후 맥박이 남아 있는 상태였지만 헬기로 이송되지 못한 채 배를 통해 4시간41분이나 걸려 병원에 도착했다. 헬기로는 20분이 걸리는 거리였다.

참사 당일 오후 5시24분에 발견된 A군은 6분 뒤 해경 3009함으로 옮겨졌다. 당시 A군의 상태를 측정한 원격의료시스템에 따르면 발견 이후 35분이 지난 오후 5시59분 기준으로 A군의 산소포화도는 69%였고 맥박도 잡히는 상태였다.

A군을 즉시 병원으로 이송하라는 지시를 받은 해경 실무자들은 그를 헬기에 태워 옮길 준비를 했지만 결국 A군은 헬기를 타지 못하고 배를 통해 이송됐다.

A군이 오후 5시30분쯤 3009함에 옮겨진 뒤로 오후 5시40분과 오후 6시35분 두 차례에 걸쳐 해경 B515 헬기와 B517 헬기가 3009함에 내렸지만, 이 헬기들은 A군이 아닌 김수현 당시 서해청장과 김석균 당시 해경청장을 태우고 돌아갔다.

이후 해경은 '익수자 P정으로 갑니다'라는 함내 방송을 듣고 A군을 P정으로 옮기게 됐다. 박병우 특조위 진상규명국장은 "당시 P정은 시신을 옮겨오던 배"라고 설명했다. 사망 판정을 받기 전이었지만 P정으로 옮겨졌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공개된 현장 영상에는 A군을 헬기가 아닌 P정으로 옮기라는 방송이 나오자 해경들이 "왜 P정으로 가래?" "헬기 안 옵니까?" "헬기로 옮겨야지 왜 P정으로 옮겨?"라고 말한 음성이 담겼다.

결국 A군은 P112정에서 사망자로 명명됐고, 오후 7시15분에 A군에 대한 심폐소생술이 중단됐다. 병원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10시5분이었다.

박 국장은 "응급의학과 의사들에 따르면 당시 (A군은) 저산소증이었고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기는 했어도 사망으로 단정할 수는 없었다"며 "병원으로 즉시 이동해서 물리적인 처치를 받는 것이 가장 적절한 조치였다"고 지적했다.

특조위 측은 "목포해경 상황보고서에는 5시간40분 동안 헬기 11대, 항공기 17대가 투입됐다고 기재돼 있지만, 영상자료를 확인해본 결과, 헬기 다수는 팽목항에 대기 중이었고 참사 현장에서 수색 활동 중인 헬기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 특조위의 발표에 세월호 유가족단체인 4·16연대는 "세월호참사 재수사의 필요성을 보여줬다"며 "정부가 전면 재수사에 나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규탄했다.

4·16연대는 "한마디로 회생했을 수 있는 피해자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4시간 이상 방치했다는 것"이라며 "당시 팽목항 주변에 있던 선박과 헬기가 왜 구조·수색과 응급이송에 전적으로 투입되지 않았는지 책임자는 누구인지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사실이 왜 당시에는 조사되지 않았는지 의문"이라며 "특조위는 더 분발해서 조사를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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