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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美 도넘은 분담금 요구엔 분명한 선 긋길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31 17:48

수정 2019.10.31 17:48

미국 트럼프 정부가 최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인상한 협상안을 제시했다. 이로 인해 정부 외교안보팀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분위기다. 이수혁 신임 주미대사는 30일(현지시간) "지금 나온 숫자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숫자"라며 "협상하면서 미국의 진의를 파악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의 안보를 지키는 데 한·미 동맹이 차지하는 비중만큼 분담금을 증액하는 것은 불가피하겠지만, 과도한 요구에는 미리 분명하게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건 한국에 대한 '안보청구서'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비즈니스 마인드'가 개재돼 있다는 점이다. 동맹의 가치조차 상업적 거래로 환원하는 방식이다.
그는 취임 초부터 "한국 등 동맹국이 우리를 벗겨 먹는다"는 식으로 말해 왔다고 최근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의 비서관이 폭로했다. 그의 책에서 트럼프는 "한국이 연 70조원을 내야 괜찮은 거래"라고 했다고 한다. 지난주 방위비협상에서 미국 측이 한국에 50억달러(6조원) 수준의 분담금을 요구했다는 소식이다. 올해 1조389억원보다 5배나 많은 액수다. 이른바 '트럼프 리스크'가 가시화하고 있는 꼴이다.

늘어난 분담금 총액보다 미국 측이 신설을 요구했다는 세부항목이 정부 입장에선 더 당혹스러울 듯싶다. 전략자산 전개비용 분담을 요구했다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그렇다. 간헐적으로 출격하는 B-1B기 등은 북한의 도발 억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게 아니다.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면 작전비용을 우리가 떠안아야 할 근거는 약한 셈이다.


특히 트럼프 정부가 주한미군뿐만 아니라 가족에 대한 지원비까지 주문한다면 미군을 용병으로 전락시키는 격일 것이다. 한·미 동맹이 우리 안보의 근간이지만 미국 측의 도 넘은 요구에는 합리적 논리로 단호히 대응해야 할 이유다.
오죽하면 공화당 소속 댄 설리번 의원 등 미국 상원 일각에서도 "한국은 기여도 높은 동맹국"이라며 백악관의 대한 방위비 압박을 비판하고 있겠나. 동맹이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는 국가 간의 결속이라면 이를 단단하게 다질 책임은 한·미 양쪽에 있음을 유념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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