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오거돈 시장을 외롭게 두지 말자

정용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02 09:00

수정 2019.11.02 09:00

[기자수첩] 오거돈 시장을 외롭게 두지 말자
[파이낸셜뉴스] "시민과 정치권·상공계 여러분이 소리를 내야 하는데 아주 한정되어 있다는 것을 느끼고, 때론 '외롭다'라고 느낍니다"
보통 현장에서 기자는 '워딩'(발언을 키보드로 받아치는 일)을 하느라 모니터에 머리를 박고 있다. 때문에 발언자의 표정과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살피기가 쉽지 않다. 토씨 하나를 놓칠까 싶어서다.

그런데 가끔은 어떤 말에 흠칫 놀라 발언자를 응시할 때가 있다. 지난달 25일이 그랬다.

이른 아침에 열린 이날 회의 주제는 김해신공항 재검증 범시민운동 대책회의였다.
동남권 관문공항은 부산의 미래를 결정할 북항 재개발, 철도 재배치, 2030 월드엑스포 유치 등과 모두 결부되어 있다. 하나라도 어긋나면 개별 사안에 성공여부를 장담하지 못한다. 두말하면 입이 아프다. 시도 전날 문자 메시지를 통해 주요 회의 내용과 지역 오피니언 리더의 참석 여부를 알리면서 회의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회의를 주도한 오거돈 부산시장은 일련의 과정을 설명하고, 그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국무총리실과의 위원회 구성에 대한 이견, 대구경북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 등이 주로 이루고 있었다. 비록 오 시장이 완곡한 표현을 썼지만, 지역권의 목소리가 사그라들고 있다는 질책성 발언도 있었다.

인상적인 부분은 오 시장의 입에서 “외롭다”라고 한 대목이다. 한 마디로 작심발언이었다. 기자가 있는 자리에서 이런 말을 했다는 건 '알 건 알아야 한다'라는 뜻이기도 했다.

오 시장의 말대로 민선 7기는 김해신공항 재검증 문제를 총리실 재검증까지 격상시켰다. 그는 이제 그 주체가 시민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첫 주자로 나선 오 시장이 판을 벌려 놨으니 이젠 시민들에게 손을 내밀고 함께 뛰자는 것이다. 지역민과 정치계, 상공계는 이에 응답해야 한다.

결국 이날 회의의 핵심은 국무총리실의 지지부진한 검증 작업과 대경의 지역 우선주의보다는 주인공 부산 스스로가 완고한 의지를 내보여야 하는 내부 결속력 제고가 아닐까.

리더는 좀처럼 ‘외롭다’, ‘힘들다’, ‘아프다’라는 내색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350만 광역권 수장이 공식 석상에서 "외롭다"다고 말했다.
이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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