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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네이버파이낸셜이 타다처럼 안 되려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01 17:31

수정 2019.11.01 18:15

네이버의 금융전문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이 1일 출범했다. 기존 네이버페이를 확대 개편했다. 국내 최대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가 5000억원 이상을 투자할 예정이다. 종래 시장에선 네이버가 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네이버는 독자적인 금융서비스 전략을 택했다. 이는 카카오뱅크를 통해 금융 제도권으로 진입한 경쟁사 카카오와 대비된다.


네이버가 비은행 전략을 택한 배경은 두가지로 풀이된다. 먼저 1·2호 인터넷은행들이 기대만큼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일부 지분상의 특례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은행은 어디까지나 은행이다. 당연히 엄격한 은행법의 적용을 받는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처럼 엄한 시어머니들 눈치도 살펴야 한다. 애써 은행 라이선스를 따도 전국은행연합회 회원이 되는 순간 '인터넷'보다는 '은행' 역할에 충실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제3호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이 시들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창업주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비제도권 성향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이 GIO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자신을 기업집단, 곧 재벌 네이버의 총수(동일인)로 지정하는 걸 지독히 싫어했다. 총수로 지정되는 순간 온갖 규제가 따르기 때문이다. 이 GIO는 총수 지정을 피하려 사내이사직을 내놓고 지분도 일부 팔았으나 끝내 공정위의 과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창업주의 이런 성향에 비춰볼 때 '네이버은행'은 애당초 네이버의 체질과 맞질 않는다.

네이버파이낸셜의 앞날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비제도권 전략을 선택한 만큼 현행 법과 제도라는 장벽을 넘어서야 한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 고객 수천만명이라는 엄청난 자산이 있다. 그 힘은 네이버페이를 통해 이미 시장에서 입증됐다. 네이버파이낸셜이 이를 바탕으로 금융시장을 파고들 때 라이선스, 곧 기득권을 가진 은행·증권·보험·자산운용·신용카드사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택시와 싸우는 타다가 반면교사다. 기득권의 저항 속에 정부가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면 네이버파이낸셜의 실험도 난관을 맞을 수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9월 취임사에서 "금융산업 내 긴장을 불러일으킬 혁신 도전자가 활발히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추겠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모빌리티 혁신에서 되레 훼방꾼이 됐다. 금융위는 후원자가 되길 바란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은 위원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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