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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이스트먼 음대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03 16:43

수정 2019.11.03 19:17

미국 로체스터에 있는 이스트먼음대는 미국 최고의 음학대학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뉴욕 줄리아드음대, 필라델피아 커티스음악원과 함께 흔히 '미국 3대 음대'로 불린다. 세계적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을 비롯해 전설적인 드러머 스티브 갯, 첼리스트 로버트 드메인 등이 이 학교 출신이다. 지휘자 함신익, 하피스트 곽정, 호르니스트 김영률 등 국내에도 이 학교를 다닌 음악가들이 많다.

이스트먼음대는 미국의 사진·영상장비 제조업체인 코닥을 창업한 조지 이스트먼(1854~1932)이 1921년 설립한 학교다. 줄리아드음대나 커티스음악원처럼 독립된 음악학교가 아니라 미국 동부 유명 사립대학인 로체스터대학의 단과대학으로 출발했다.
1880년 코닥을 설립한 이스트먼은 세계 최초의 롤필름을 비롯해 사진기, 인화지 등 사진 관련 제품을 만들어내면서 거부의 반열에 올랐다. 세계 최초로 컬러필름을 만든 것도 그다. 그 본거지가 코닥 본사가 있던 로체스터다. 미국을 대표하는 자선사업가이기도 했던 그는 이렇게 번 돈의 대부분을 자신의 이름을 딴 이스트먼음대와 로체스터대학에 기부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코닥의 위세는 대단했다. 아그파(독일), 후지필름(일본) 같은 경쟁자들이 나타났지만 업계 선두주자인 코닥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2000년 코닥이 기록한 매출액은 139억9400만달러, 총자산만도 142억1200만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코닥의 경쟁자는 의외의 곳에서 나타났다. 디지털카메라가 일반화하자 코닥의 필름사업은 눈에 띄게 위축됐다. 2004년 처음 파산설이 흘러나오더니 8년 뒤인 2012년 끝내 파산했다.

코닥의 재정지원으로 탄생한 이스트먼음대가 지난주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이스트먼음대 소속 오케스트라인 '이스트먼 필하모니아' 중국 공연이 중국 당국의 훼방으로 불발되면서다.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 측이 한국 국적 단원 3명을 문제 삼으며 비자 발급을 미루자 이스트먼음대 측이 이들을 제외하고 비행기를 타는 대신 공연 자체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중국의 '사드 몽니'가 아직도 끝나지 않은 듯해 씁쓸하다.

jsm64@fnnews.com 정순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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