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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문·아베 11분 회담, 물꼬 튼 것만도 큰 성과다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04 17:31

수정 2019.11.04 17:31

문재인 대통령이 4일 태국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11분간 만났다. 두 지도자는 아세안+3 정상회담 참석차 방콕을 방문 중이다. 두 사람이 별도 회담을 가진 것은 지난해 9월 뉴욕 유엔총회 때 이후 처음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양 정상은 한·일 관계가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며 현안은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비록 짧은 비공식 만남이지만 문·아베 회동은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 지난 6월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두 사람은 8초간 악수만 하고 헤어졌다.
이후 일본은 한국행 수출규제, 한국은 양국 지소미아(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결정 등 장군멍군식으로 충돌했다. 다행히 지난달 하순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에 이낙연 총리가 축하사절로 가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방콕 회동은 이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한·일 관계를 정상으로 돌릴 해법은 이미 다 나와 있다. 일본 교도통신은 지난달 28일 "양국 정부가 한국 정부와 한국 기업, 일본 기업 3자가 참여해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관건은 두 나라 정부의 해결 의지다.

우리는 양국 정부가 더 이상 사태를 악화시키는 일만은 피하길 바란다. 그대로 두면 한·일 지소미아는 오는 22일 자정에 종료된다. 지소미아 파기는 일본은 물론 최대 우방인 미국마저 불편하게 만들었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지난달 도쿄 기자회견에서 "지소미아는 미국, 일본 그리고 한국에도 유익하다"고 말했다. 스틸웰 차관보는 5일 방한해서도 같은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내 일본 기업의 자산을 매각하려는 움직임에도 일본은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 대신 일본은 반도체 소재 등의 한국행 수출규제를 원상복귀하는 성의를 보이길 바란다. 역사에 경제를 끌어들인 것은 일본의 패착이다.
오로지 반세기 전에 체결한 한·일 청구권협정을 내세워 "국가 간 약속을 준수하라"고 다그치는 것도 세계 3위의 경제력을 지닌 아시아 지도국답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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