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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동물원법 허가제 전환이 시급한 이유

강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04 17:34

수정 2019.11.04 17:34

[기자수첩] 동물원법 허가제 전환이 시급한 이유

최근 한 대형 아쿠아리움에서 흰 돌고래의 일종인 벨루가가 돌연 폐사해 동물보호단체들의 논란이 일었다. 개나 고양이 등 자주 볼 수 있는 동물들에 대한 복지는 개선되고 있으나 야생동물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미진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0월 17일 서울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 살던 흰고래, 벨루가 2마리 중 수컷 한 마리가 폐사했다. 야생 벨루가의 평균 수명은 30~35년이지만 이번에 숨진 수컷 벨루가의 나이는 고작 12살이었다. 전문가들은 벨루가가 좁은 수족관 안에 갇혀 받는 스트레스와 우울증이 간접적 폐사 원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28일에는 울산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에서 태어난 지 한 달도 안된 새끼 큰돌고래가 또 폐사했다. 2009년 개관 이후 7번째 죽음이다.

이렇게 좁은 '감옥'에 갇혀 사는 동물들의 상태는 심각하다. 이들은 의미 없이 바닥에 드러눕거나 훌라우프를 낀 채 떠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았고, 수조 벽에 일부러 몸을 부딪치고 긁는 등 극심한 정형행동과 자해 증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5년간 국내 동물원에서 폐사한 멸종위기종 동물만 3000여마리로, 이 중 70%는 자연사가 아닌 질병사나 돌연사, 사고사였다. 동물원뿐만 아니라 야생동물 체험 카페까지 생겨 많은 동물들이 감금은 물론 괴롭힘까지 당하고 있다.

한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동물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으나 동물에 대한 이해도는 여전히 미흡하다. 야생동물은 습성을 존중해야하고 적정한 서식환경도 있어야 하는 부분들이 있는데, 관심에 따라서 가까이 하고 싶은 수요만 있다 보니 직접 만지고 먹이주고 체험하는 시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려면 현재 등록제인 동물원법을 허가제로 바꿔 복지 수준을 올리고, 동물원의 보전·연구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이미 영국과 유럽연합(EU), 미국, 호주, 인도 등 대부분 국가에서는 동물원 설립·운영과 관련해 법에 제시된 일정 요건을 갖춰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허가제(면허제)를 채택했으며, 당국이 주기적으로 관리·감독한다.
또 생물 종에 따라 제공해야 할 사육환경을 법이나 지침으로 규정하는 등 전시동물의 복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생활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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