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우수학군 전세난에 맹모들은 웁니다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04 17:34

수정 2019.11.04 17:34

[기자수첩] 우수학군 전세난에 맹모들은 웁니다

"이달 들어 몇 건 계약된 뒤 전세매물이 싹 들어갔어요. 기다린다고 매물이 나올지는 잘 모르겠습니다."(서울 염리동 A 공인중개사무소)

얼마전 만난 지인들이 '큰일났다'고 입을 모았다. 모두 내년 3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자녀를 가진 엄마들이었다. 유명 학군지 전세매물을 알아보고 있는데 '씨가 말랐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실제로 강북 지역에서 전통 깊은 서울 중구 '덕수초'와 강북 맹모들이 몰린다는 서울 마포구 '염리초' 인근 중개업소들을 돌아보니 전세매물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다. 월세 매물만 드물게 볼 수 있었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이상할 정도로 매물이 없다"며 매물이 나오면 연락주겠다며 번호가 가득 적힌 전화번호부를 열었다. 대표적인 우수학군으로 꼽히는 강남구와 서초구 역시 전세매물이 잠겼다고 아우성이다.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보통 11월부터 전세문의가 많이 오는데 올해는 9월부터도 집을 보러다녔다"며 "전셋값이 크게 뛰고 매물을 찾기 힘들다보니 반전세 계약이 늘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정부가 정시를 확대하고 자립형 사립고와 외국어고·국제고 등을 폐지하는 정책을 발표하면서 우수한 학군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학교 배정과 고등학교 지원서 제출이 10~11월 이뤄진다는 점에서 인기 학세권의 전세매물 품귀현상은 이해할 만하다.

실제 강남구와 양천구 등 우수한 학군의 전세가 상승률은 지난달 들어 매주 서울 전체 평균치를 웃돌았다.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목동 학군으로 유명한 양천구가 이달 들어 0.09%, 0.15%, 0.14%, 0.11%로 두자릿수 상승을 이어갔다. 강남구는 0.10%, 0.11%, 0.10%, 0.20%로 더 큰 폭 뛰었다.


정부가 집값 잡기를 위해 각종 규제를 내놓고 있지만 집값과 전셋값은 뛰고 매물까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여기에 정시 확대 움직임까지 강남 8학군 부동산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목표를 정당화해야 할 정책수단이 부작용만 키우는 형국이라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건설부동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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