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교육일반

'학종'에서도 특목·자사고 우대했다(종합)

뉴스1

입력 2019.11.05 16:42

수정 2019.11.05 17:35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학생부종합전형 실태조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뉴스1 DB) © News1 안은나 기자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학생부종합전형 실태조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뉴스1 DB) © News1 안은나 기자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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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학생부종합전형 실태조사 결과를 브리핑한 뒤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DB) © News1 안은나 기자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학생부종합전형 실태조사 결과를 브리핑한 뒤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DB)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이진호 기자 = 대학입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선발 비율이 높은 13개 대학이 특수목적고(특목고) 자율형사립고(자사고) 등 특정 고교유형을 우대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발견됐다. 학종에서는 일반고가 비교적 경쟁력을 가진다는 인식과는 달리 과학고·영재고를 비롯해 외국어고와 국제고 등 특목고와 자사고 학생의 합격률이 일반고 학생보다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공통 고교정보'(고교 프로파일)에 따라 평가 과정에 학교간 편차가 발생한 사례도 드러났다. 조사 결과는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에도 반영된다. 교육부는 추가 조사와 특정감사 등을 진행해 현행 대입에서 금지하고 있는 '고교 등급제' 적용 여부를 밝혀낸다는 방침이다.

교육부는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학종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학종 선발비중이 높고 자사고·특목고 출신 학생이 많아 특정 고교 우대, 부모의 개입 가능성이 큰 대학 13곳의 2016~2019학년도 입시 자료를 조사한 결과다. 건국대·광운대·경희대·고려대·동국대·서강대·서울대·성균관대·연세대·포스텍·춘천교대· 한국교원대·홍익대가 대상이다.

조사에 따르면 과고·영재고 등 특목고와 자사고의 내신 등급이 낮은데도 반대로 합격률은 높게 나타나는 등 고교 등급제 의심 정황이 일부 포착됐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브리핑에서 "고교 서열화가 고착화된 증거가 명백했다"며 "고교 등급제에 의한 결과인지 아닌지는 특정감사를 통해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학종은 내신을 따기 어려운 특목고·자사고생들보다 일반고생이 경쟁력을 가진 전형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학종 선발 비율이 높은 이들 대학에서는 높은 내신 등급을 가진 일반고 출신의 합격률이 가장 낮았다.

4년간 학종 지원자 평균 합격률은 과고·영재고 출신이 26.1%로 가장 높았다. 이어 외고·국제고(13.9%) 자사고(10.2%) 일반고(9.1%) 순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학교 유형별 합격자 내신 등급은 합격률과 반대였다. 합격률이 가장 높은 과고·영재고는 평균 내신 등급이 가장 낮았다. 그 다음 외고·국제고, 자사고, 일반고 순으로 내신 등급이 높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확한 평균 내신 데이터는 사교육 컨설팅 등에 사용될 수 있어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대략 일반고는 1~2등급, 외고는 4~5등급까지 뽑혔다"고 설명했다.

특히 2019학년도 대입에서 일반고는 지원단계보다 합격단계에서 비중이 감소했다. 반대로 외고와 국제고는 합격단계에서 비중이 더 올라갔다.

2019학년도 학종 총 지원자 대비 일반고 지원자 비율은 71.5%였지만 합격자 비율은 낮은 63.8%였다. 반대로 외고·국제고의 경우에는 학종 지원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 8.5%였지만 합격자 비중은 이보다 올라간 11.5%로 나타났다.

실제로 고교등급제 적용 의심사례도 드러났다. 대표적인 것이 고교 프로파일이다. 고교 프로파일은 대학이 학생선발과정에서 학교별 교육과정·환경·여건 등을 고려해 평가할 수 있도록 고등학교가 대학에 제공하는 자료다.

총 2216개 고교 가운데 프로파일에 추가적인 교육활동이나 특징을 기술한 학교는 37.9%인 840곳이었다. 이중 한 고교는 고교 프로파일 기타 정보에 826쪽 분량을 탑재하기도 했다.

조사 대상 중 5개 대학은 평가자에게 지원자 고교 출신 졸업생의 해당 대학 진학 현황, 해당 대학 학점, 중도 탈락률 등의 정보를 제공했다. 다른 2개 대학은 지원자의 내신등급과 출신고교 또는 동일유형 고교 내신등급을 비교할 수 있는 자료도 제시했다.

고교 프로파일이 풍성할수록 입학사정관들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고 대학 진학현황 등을 통해 학교의 수준을 확인할 수 있다. 학생 개인의 역량뿐 아니라 고교 정보도 선발에 반영될 가능성이 커 일종의 고교등급제로 사용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고교 프로파일과 평가시스템 등을 통해 고교 유형별 차이가 평가에서 불공정하게 반영될 수 있는 사례를 일부 확인했다"며 "그렇지 못한(고교 프로파일을 자세히 적지 못한) 고교와 차별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고교 프로파일에 영향을 받지 않는 수능의 경우 일반고의 합격률은 학종보다 두 배 가까이 올라간 16.3%로 나타났다. 이어 자사고(18.4%) 외고·국제고(20.2%) 과고·영재고(24.3%)순이었다.

◇학종 합격자 27.5%가 서울 출신…수능은 37.5% 차지

고등학교가 위치한 지역에 따른 편중도 있었다. 서울 학생들은 학종과 수능 모두 전체 학생에서 차지하는 비중보다 높은 비율로 합격했다.

최근 4년간 이들 대학의 학종 합격자 가운데 서울 지역 고교 출신 비중은 평균 27.4%로 전체 고교생 중 서울학생이 차지하는 비중(17.2%)보다 높았다. 수능 합격자 비중도 전체 학생 대비 비중보다 높은 37.8%였다.

반대로 광역시에서는 학생 비중(25.3%)보다 학종 합격자(22.0%) 비중이 낮았다. 수능 합격자 비중은 더 낮은 17.5%였다. 중소도시에서도 학생 비중(42.9%)보다 학종 합격자 비중(35.7%)이 낮았고 수능도 37.9%로 전체 학생에서 차지하는 비중보다 낮게 나타났다.

반대로 읍·면 지역에서는 전체 학생비중(14.6%)보다 학종 합격자 비중(15.0%)이 높았다. 하지만 수능 합격자 비중은 8.6%에 불과해 읍·면 학생들은 수능보다 학종이 유리했다. 단 교육부 관계자는 "읍·면 지역에서 민족사관고등학교와 용인외고 등 일부 특목·자사고가 포함된 수치"라고 설명해 이를 제외하면 읍·면 지역의 학종 합격률은 다소 낮아질 수도 있다.

교육부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달 중 발표하는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에 담길 정시 비율 확대 규모를 결정할 방침이다.
대학을 대상으로는 조만간 추가 조사를 실시하고 필요할 경우 특정감사도 진행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각 대학의 평균 내신등급을 분석한 결과 서열화 된 고교체제를 확인했다"며 "고교 유형에 따른 유불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고교간 서열화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박백범 차관은 "고교 서열화를 없애기 위해서 어떻게 고교체제를 개편할 것인가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판단한다"며 "(고교 서열화 고착 증거가) 고교 등급제에 의한 결과인지 아닌지는 특정감사를 통해 확인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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