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2020년 한국경제 전환을 꿈꾸며

문재인정부에서 경제문제만큼 아픈 손가락은 없는 것 같다.

지난달 발표된 한국의 3·4분기 경제성장률은 시장의 예상보다 낮은 0.4%에 불과했고, 수출은 11개월 연속 하락했으며, 비정규직 숫자는 역대 최고로 급증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 9월에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야기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이런 상황의 원인을 미·중 통상갈등, 일본의 수출규제, 브렉시트와 같은 2019년 대외경제의 불확실성에서 찾고 있다.

그러나 2019년 세계 경제는 대체로 양호한 여건을 유지하고 있다. 미·중 통상갈등으로 중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저성장하고 있지만 미국, EU 등은 적절한 통화정책으로 나름대로 선방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한국만이 올해 아일랜드, 터키에 이어 OECD 국가 중에 세번째로 큰 폭의 잠재성장률 하락을 경험했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는 등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리고 2020년에는 중국과 미국을 비롯한 전반적인 세계 경제성장률의 하락이 예상돼 그나마 양호했던 대외요인마저도 한국 경제를 힘들게 할 수 있다.

한국 경제가 2020년에 도래할 이런 총체적인 난국을 어느 정도라도 헤쳐나갈 방법은 없을까?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일순간에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더라도 단기적으로 정부의 경제정책이 시장의 신뢰를 얻고 바람직한 방향을 잡을 수만 있다면 다가오는 2020년의 한국 경제가 예상만큼 나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 해답을 2013년 9월 인도가 경제위기 국면을 벗어난 일에서 찾을 수 있다. 2010년대에 신흥경제 강국으로 자리매김했던 인도는 2013년 9월 외환위기에 직면했었다. 2010년 이후 3년 만에 경제성장률이 반토막 되었고, 물가는 급등했으며, 급격한 자본유출로 인해 경상수지 적자도 악화하면서 인도 루피화의 가치는 사상 최저로 급락했다.

그때 파격적으로 시카고대학 경제학과 교수인 라구람 라잔이 인도 중앙은행 총재로 취임했다. 라잔 총재는 취임과 동시에 기준금리를 인상시켜서 외국인 투자를 유인하면서 루피화의 가치를 안정시키고 인도 주가도 끌어올렸다. 또한 10%에 가까웠던 인플레이션율을 3년 만에 5% 이하로 낮추었다. 이러한 놀라운 일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했을 정도로 거시경제 흐름에 대한 혜안을 가진 라잔 총재의 정책적 결단에 대해 인도와 세계 시장이 깊이 신뢰를 했기에 가능했다.

2013년 인도의 외환위기 상황을 지금 한국과 동일하게 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소비와 투자가 경제위기 수준이라는 현재 한국의 상황이 더 낫다고 자부할 수도 없다. 그런데 이런 엄중한 시기에 아무리 둘러보아도 현재 한국 정부에는 라잔 총재 근처에 갈만한 사람도 없다. 정말 제대로 된 거시경제학자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경제정책을 조언했더라면 소득주도성장이 족보가 있다는 것과 같은 낯 뜨거운 얘기도 없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낡은 진영 논리에 빠져서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맹목적 비판하거나 혹은 영혼 없이 옹호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 2020년을 한국 경제를 악화일로에 두고 싶지 않다면, 무엇보다도 먼저 한국 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정확히 진단하고 바른 해법을 용감하게 제시할 실력 있는 거시경제학자들을 하루바삐 국제기구에서나 국내에서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시장은 실력 있는 거시경제학자의 발탁과 경제정책 관여에 반드시 화답할 것이다. 모쪼록 그들의 능력을 빌려 2020년 한국 경제가 새롭게 전환되는 시기를 맞이하기를 희망한다.

성한경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