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유민봉, 불출마 선언…"한국당, 쇄신 앞장서는 데 머뭇거려"

뉴시스

입력 2019.11.06 15:19

수정 2019.11.06 15:19

"한국당, 스스로 자리를 비워야 할 때…빈 틈새라도 낼 것" "보수대통합 본격화…중도개혁층 끌어들일 쇄신·혁신해야" "본회의에서 패스트트랙 법안 강행처리 시 의원직 사퇴" "쇄신과 정국 변화 보며 불출마 넘어 사퇴까지 결심할 것" 黃 불출마 종용? "상상력의 끝" …"다양한 의견 아우르길"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2019.11.06. jc4321@newsis.com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2019.11.06. jc4321@newsis.com

【서울=뉴시스】이승주 문광호 기자 =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이 6일 "제가 우리 당에 빈 틈새라도 내려 한다. 지난해 6월 페이스북에서 밝힌 불출마 선언을 오늘 이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밝힌다"고 선언했다.

유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우리 당은 국민들의 답답함과 절박함을 담아낼 그릇의 크기가 못되고 유연성과 확장성이 부족하다"며 "공간을 만들려면 우리 스스로 자리를 좀 비워야 할 때다"라며 이 같이 밝혔다.

유 의원은 "저는 비례대표 초선 의원이다.
저보다 정치 경험이 풍부하고 정치력이 큰 선배 여러분이 나서준다면 국민 지지를 얻는데 더 큰 힘이 될 것이다"라며 "제가 연 작은 틈새가 당의 쇄신과 혁신으로 통하는 큰 길이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지금 직면한 위기에서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국민들의 절실함과 우리 당에 대한 절망감이 얼마나 심각한지 최근 더 체감하고 있다"며 "당 지도부는 지지층에 안주하지 말고 우리 당 지지를 유보한 중도 개혁층의 마음을 끌어들일 수 있도록 쇄신과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기존 생각과 틀, 인맥을 깨고 완전 열린 마음으로 당을 이끌고 선거연대를 포함한 보수 대통합 행보도 본격화해야 한다"며 "더 많은 국민과 청년, 여성을 포함한 다양한 국민이 함께 할 수 있도록 가진 것은 먼저 내려놓고 가시밭길을 앞장서 나가자"고 제안했다.

당에 필요한 것에 대해 "내가 당선돼 한 석을 더하는 것보다 희생해 국민 마음을 얻을 수 있다면, 그래서 당 지지율을 0.1%라도 끌어올리고 내년 총선에 출마하는 동료 후보들이 100표라도 더 얻을 수 있다면 그 길을 가는 것"이라고 했다.

사퇴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국회 본회의에서 패스트트랙 법안 강행처리와 같은 불행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저는 언제라도 의원직까지 내려놓을 준비가 돼있다"며 "한국당 변화와 대한민국이 보다 균형잡힌 좌우 양 날개로 날 수 있도록 제 힘을 보태겠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2019.11.06.jc4321@newsis.com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2019.11.06.jc4321@newsis.com

유 의원은 브리핑이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원내대표께는 지난주에, 당대표께는 지난 월요일에 제 입장을 전달했다"며 "제 입장을 존중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당내 쇄신 방향에 대해 묻자 "우리 의원들은 같은 링 위에 오른 사람들이다. 관중은 누굴 링 위로 내려오라고 할 수 있지만, 같은 링 위에선 누구 먼저 내려가라고 하기는 (어렵다)"며 "특히 저 같은 비례대표 초선의원으로서는 너무 큰 이야기라"라고 답변을 피했다.

이미 페이스북에 불출마 입장은 밝혔는데 오늘 브리핑을 따로 한 이유에 대해 묻자 "정론관에서 발표하는 것은 그보다 훨씬 권위있고 책임있는 발언이어야 한다"며 "앞으로 불출마를 넘어 당 쇄신과 정국 변화 과정을 보면서 사퇴까지 결심하려 한다"고 밝혔다.

한국당의 가장 큰 문제점을 묻자 "어떤 계기를 마련하지 못한 것이다. 비유하자면 큰 호수에 돌맹이 하나 던지는 정도로는 쇄신을 앞장서는 데 머뭇거리는 것 아닌가"라며 "그런 점에서 당 지도부에서 어느 정도 큰 물줄기를 틀 수 있는 물길만 열어주더라도 동참할 의원들이 많이 나올 것 같다"고 답했다.

앞서 김태흠 의원이 주장한 중진의원 용퇴론에 대해서는 "저는 제 정치 경륜으로는 다선 의원들이 용퇴해야 한다는 표현을 할 입장이 아니다"라며 "저는 먼저 제 입장을 표한 것이다. 당 의원들이 자발적으로 쇄신하는 것이 좋은 결단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불출마를 선언한 다른 의원들과 이야기를 나눴는지 묻자 "그분들의 발언 내지는 의사표현한 것들이 지금까지 조금도 바뀐 적 없다"며 "거듭 말하지만 큰 쇄신의 물줄기가 틀어지면 그분들도 동참하고 당 혁신에 앞장설 것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중도 개혁의 마음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것이 친박은 나가야 한다는 뜻인지 묻자 "누군 안 된다기보다 지금은 외연을 확장하고 사람을 품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며 "한국당이 취약한 중도개혁 층의 지지를 얻기 위해 보다 큰 혁신이 필요하다는 의미다"라고 부연했다.

황교안 대표의 리더십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불출마 선언을 한 것에 대해 묻자 "가장 무서운 것은 당내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 모습에 국민들이 답답하고 실망했을 것 같다"며 "정치집단은 다양한 의견을 발표할 수 있을 때 당이 살아있음을 보여준다. 그런 의견을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을 기대한다"고 했다.


황 대표가 불출마 기자회견을 종용했다는 말이 나온다고 묻자 "상상력의 끝이라고 생각한다"고 부인했다.

joo47@newsis.com, moonlit@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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