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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기어코 부동산 시장과 싸우려는 정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06 17:28

수정 2019.11.06 17:28

정부가 6일 서울 27개 동을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으로 골랐다.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에 속한 동네가 대부분이다. 이로써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4년반 만에 부활했다. 앞으로 해당 지역에서 짓는 아파트는 엄격한 분양가 규제를 받는다. 나아가 국토교통부는 5~10년 전매제한, 2~3년 실거주 의무도 부과할 계획이다.

집값을 안정시키려는 정부의 선의는 이해한다.
하지만 시장 자율을 침해한 분양가상한제가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노무현정부 때 버블세븐 논란이 컸다. 버블세븐에 속한 지역은 역설적으로 살기 좋은 곳이라는 이미지를 얻었다. 이번에도 비슷한 일이 되풀이될 수 있다. 분양가상한제로 지정된 동네는 정부로부터 집값 상승 지역이라는 공인을 받은 셈이다. 바로 옆 동네로 투기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생길 수도 있다.

무엇보다 부동산 시장을 다루는 정부의 태도가 너무 딱딱하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6일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서 "분양가 관리를 회피하고자 하는 단지가 있는 지역은 반드시 지정하겠다"고 경고했다. "자금 출처를 면밀히 들여다보겠다" "편법증여나 시장교란 행위가 발견되면 엄중히 대처하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부동산을 가격원리가 작동하는 시장이 아니라 투기판으로 보는 김 장관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땅은 공급이 한정된 독특한 재화다. 따라서 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있다는 데는 다수가 동감한다. 하지만 정부의 간섭은 시장실패를 보완하는 수준에 그치는 게 옳다. 지금처럼 정부가 레드라인을 넘어 몽둥이를 들고 덤비면 정부실패를 낳기 십상이다. 저성장·저물가 아래서 정책의 타이밍도 최악이다.

부동산정책은 정권에 따라 냉탕·온탕을 오갔다. 분양가상한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굴레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민간 아파트는 시장 원리에 맡겨라. 그 대신 정부는 공공 주거복지 수준을 높이는 데 더 힘을 쏟기 바란다.
서민·청년층을 위한 괜찮은 임대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린다면 앞장서서 박수를 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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