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강기정 '버럭'에 꼬여버린 정국…文대통령이 풀까

뉴스1

입력 2019.11.06 17:28

수정 2019.11.06 17:28

강기정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2019.11.6/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강기정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2019.11.6/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예결위 간사외 위원, 김상조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논의를 하고 있다. 뒤로는 비어있는 자유한국당 위원석이 보인다. 이날 예결위 전체회의는 '강기정 정무수석의 운영위 고성 논란'으로 자유한국당 의원이 불참해 파행됐다. 2019.11.6/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예결위 간사외 위원, 김상조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논의를 하고 있다.
뒤로는 비어있는 자유한국당 위원석이 보인다. 이날 예결위 전체회의는 '강기정 정무수석의 운영위 고성 논란'으로 자유한국당 의원이 불참해 파행됐다. 2019.11.6/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전형민 기자,김세현 기자 =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의 '버럭'이 가져온 후폭풍이 심상치 않다. 청와대의 사과를 두고 여야 감정의 골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오만한 청와대'라거나 '국회 유린'이라는 거친 표현들도 등장했다. 여당은 여당대로 "우리도 격앙됐다"며 야당에 불쾌함을 숨기지 않고 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협상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청와대를 사이에 두고 여야가 기싸움에 한창이다.

강 수석은 6일 오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 출석했다. 사과 여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강 수석은 "제가 소리친 것은 잘못했다"라면서도 "청와대 정무수석이 왔다리 갔다리하는 시계추가 아니지 않느냐"고 분개했다.

강 수석으로부터 날선 반응이 나오자 예결위 한국당 간사인 이종배 의원은 즉각 반응했다. 이 의원은 "자기가 시계추같이 왔다갔다 했다고 얘기했는데 우리가 강 수석을 오라고 한 게 아니다. 대통령 비서실장이 왔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강 수석이 국회를 유린하는 데 가장 선봉에 섰지만 1일 운영위 국정감사에서 노영민 실장도 같이 소리를 질렀다"며 "노 실장이 직접 와서 사과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

야당이 끝내 거부 의사를 접지 않으면서 회의는 오전에 열리지 못했다. 강 수석은 발길을 돌렸고, 오후에는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회의에 참석했다. 오후에도 야당이 보이콧해 회의는 개의조차 못하고 무산됐다. 야당은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의 직접 사과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오는 7일 종합정책질의에 참석하는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방향을 틀었다.

예결위 바른미래당 간사인 지상욱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내일 총리에게 책임을 여쭙겠다"고 잘라 말했다. 지 의원은 "노영민 비서실장에게 물어야 할 대국민사과를 더 윗선인 총리에게 받겠다는 정치적 의미로, 이제 노 실장은 무시하고 가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야당은 청와대 예산을 가차없이 삭감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간신히 정상화된 패스트트랙 협상에도 다시 제동이 걸리면서, 여당은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청와대의 대응에 향후 예산안 심사와 선거제 개편·검찰개혁 등 중요 협상들이 줄줄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예결위 민주당 간사인 전해철 의원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강 수석에게)제가 사과를 강요할 수는 없으니, 예결위에서 답하는 것을 좀 들어보시죠"라고 말했다. 야당에 사과하는 것으로 당청간 정리가 됐는지 여부에 대해선 답하지 않았다.

오후 들어 분위기는 더욱 험악해졌다. 오후 2시에도 회의가 열리지 않자 민주당은 야당이 해도 너무한다는 불만으로 부글부글 끓었다. 전해철 의원은 민주당 예결위원들과 회의를 가진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의원들이 매우 격앙됐다"면서 "운영위에서 다 끝난 건을 가지고…"라고 불만을 표출했다.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무수석이 와서 대기했지만 발언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고 날을 세웠다.

야당은 순순히 청와대를 향한 공세를 거둬들이지 않을 태세다. 이에 관심은 청와대의 전향적 제스처가 나올지에 모이고 있다. 현재까지는 청와대가 입장을 따로 밝히지 않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운영위 당일 (강 수석이) 여야 합의로 사과문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멈췄던) 운영위가 다시 개회됐던 것"이라며 "이미 사과 입장을 내셨기 때문에 따로 청와대에서 입장을 낼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가 추후 야당과의 만남을 검토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야당을 향한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은 있다.
논란이 오래 가는 것은 청와대 입장에서도 정치적 부담이기 때문이다. 강 수석이 이날 기자들에게 "저 때문에 국회가 원만히 돌아가지 않는 점은 국민들께 송구하다"며 "기사는 싸움을 붙이지 말고 화해하는 것으로 잘 써달라"고 톤을 낮춘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의 모친상에 조문을 와준 야당 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와 관련 "문 대통령이 최근 시정연설에서 (여야) 당 대표·원내대표들과의 만남을 말씀하셨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들을 고민하고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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