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스트리트]

귀화자 군복무

사이보그. 뇌를 제외하고 수족, 내장 등을 교체해 개조한 인간을 가리킨다. 이 '사이보그 전사'들이 영화에선 인기를 끈 지 오래다. 1970년대 '600만달러의 사나이'부터 최근의 마블 시리즈까지. 한술 더 떠 인공지능(AI)이 주도할 4차 산업혁명이 무르익으면 "AI가 군인까지 대체하거나 보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스테디셀러 '호모데우스' 등을 펴낸 유발 하라리 교수의 예언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6일 "상비병력을 2022년까지 50만명 수준으로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병역 의무자가 계속 줄어들고 있어 앞으로 3년 동안 병력을 약 8만명 줄인다는 계획이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절벽이 현실이 되면서 내놓은 고육책일 듯싶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0.98명)은 인구 유지를 위해 필요한 수준(2.1명)의 절반도 안돼 앞으로 현재 병력(약 58만명)을 유지할 수 없어서다.

병력자원 감소에 대응할 다양한 대안이 거론되고 있다. 문제는 대부분 현실성이 적다는 점이다. 여당이 총선공약으로 검토 중인 모병제 전환이 대표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7일 "2025년부터 군 징집인원이 부족해 징병제를 유지하려야 유지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진행 중인 부사관 등 직업군인 확충조차 예산이 모자라 난항을 겪고 있다. 그래서 천문학적 예산이 소요될 전면 모병제 공약도 청년층을 겨냥한 선거용 제스처에 그칠 전망이다.

홍 부총리는 다른 대안을 제시했다. 그중 "선택사항인 귀화자의 병역 의무화도 검토하겠다"는 대목이 눈에 띈다. 결혼 이민자 등 귀화자와 북한이탈주민이 늘어나는 추세인 데다 이들에게 한국인의 정체성을 부여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어서다.
역사적으로도 조선 태조 때 여진족 출신의 이지란이나 선조 때 일본에서 귀화한 김충선 등이 큰 전공을 세운 전례도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인구감소 시대에 우리 안보를 지킬 확실한 대안일 순 없다. 먼 훗날 'AI전사'가 현실이 된다면 모르되 당장엔 복무기간 단축 등 인기영합성 병력대책에 급급해선 곤란하다고 본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