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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반환점]수출 추락과 통상 위기에 발목…선방한 것도 있다

뉴스1

입력 2019.11.08 06:01

수정 2019.11.08 06:01

문재인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태국 방콕 임팩트 포럼에서 열린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정상회의에 참석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및 각 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한 후 박수를 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9.11.5/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태국 방콕 임팩트 포럼에서 열린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정상회의에 참석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및 각 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한 후 박수를 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9.11.5/뉴스1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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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박기락 기자 = 지난 2년 반동안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수출 규제 등 불확실성이 이어진 국제 경제의 정세 속에서 문재인 정부 통상정책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글로벌 경기가 침체한 가운데 각국과 FTA를 체결하는 등 수출 활력을 키우려 노력한 점에서 선방했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수출이 11개월 연속 하락하며 경기 부양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부분에서 '실패'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중무역 분쟁과 일본의 수출 규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통상정책을 반추하고 향후 전망을 짚어본다.

◇보호무역주의 높은 파고에 '고전'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당시에도 우리 통상 분야의 가장 큰 이슈는 주요 국가의 보호 무역주의였다.
당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 따른 미국의 통상압박과 함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이 위험수위를 넘나들었다.

2년 반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WTO(세계무역기구) 다자간 협의에서 개도국으로서 혜택을 요구하지 말라는 미국의 압박에 결국 우리 정부가 이를 포기하기로 했으며 중국의 사드 위기가 지나간 자리에는 일본의 수출규제가 새로운 문제로 자리잡은 상황이다.

문 정부의 통상정책은 최근 지표만 놓고 평가했을 때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10월 수출액이 467억8000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4.7% 감소했다. 올 들어 최대 감소폭으로 11개월 연속 내리막이다.

전문가들은 수출이 부진한 이유로 최근 미국과 무역 분쟁 탓에 경기가 부진한 중국요인을 꼽는다. 또 반도체 등 특정 품목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지난달 수출 역시 반도체가 32.1%, 석유화학제품이 22.6% 줄면서 수출액 감소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해당 품목은 물량이 크게 줄지 않았지만 단기 부진으로 수출액이 급감한 것으로, 수출지역 다변화를 비롯해 중국 의존도를 줄여나갈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日수출규제에 강경 대응 '전화위복'

올 7월 불거진 일본의 수출 규제 이슈는 우리의 산업 자생력을 다시 한번 가늠해보는 계기가 됐다. 일본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 부품 수출 제한으로 촉발된 양국 갈등은 서로를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우리 정부는 올 9월 이 문제로 WTO에 일본을 제소했으며 양자협의를 놓고 의견을 조율중이다.

우리 주력산업인 반도체, 디스플레이를 직접 조준했던 일본의 수출규제였지만 실질적인 피해는 크지 않았다. 산업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관련 산업의 실제 생산 차질로 연결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히려 여행인구 감소로 인한 민간 영역에서의 일본측 피해와 수출입 지표상에서도 일본의 손실이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부는 올 9월 기준으로 우리의 대일본 수출 감소(-6.0%)보다 일본의 대한국 수출 감소폭(-15.9%)이 더 크게 나타나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우리보다 일본이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수출 규제를 계기로 산업 자생력 제고의 필요성을 느낀 정부는 내년 예산안으로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해 소재·부품·장비 분야에 올해보다 두배로 늘어난 1조2716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관련 분야에서 기술개발을 넘어 실증 및 양산 테스트베드, 신뢰성 보증 등을 연계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하는 우리 정부의 강경한 기조에 대한 비판도 일부 나온다.

인하대 정인교 교수는 "산업 피해를 최소화 한다는 측면에서 WTO 제소는 큰 실익이 없어 보인다"며 "외교적인 방법으로 분쟁을 풀어가려는 노력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G2중심 수출 탈피' 아세안으로 수출국 다변화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장기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신남방 정책을 주력으로 주요국과 FTA를 체결하며 수출국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달 4일 아세안 10개국을 비롯해 중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우리나라까지 16개국이 참여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타결이 대표적이다.

2030년 5조달러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되는 아세안 시장에서 신남방정책을 가속하고 있는 정부의 사업 추진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특히 최근 보호무역주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RCEP 협정이 시행되면 제품 생산 과정에서 역내 여러 국가를 거친 제품도 참여국간 특혜관세를 적용받을 수 있게 되는 등 기업에 대한 수출 문턱이 낮아지게 된다.

특히 고질적인 문제였던 기업의 수출국 다변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참여국간 역내 가치사슬 강화로 미중분쟁을 겪고 있는 G2 중심의 수출을 넘어 신남방 핵심국가들로의 교역 다변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2030년 5조달러 시장 성장이 기대되는 아세안 지역에 우리 정부는 2020년까지 교역액 2000억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20년 이후에 발효되는 RCEP는 단기 우리 교역액 목표 달성에 큰 도움은 되지 못하겠지만 장기 계획 수립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또 한-인니 CEPA 실질 타결과 영국, 이스라엘 등과 FTA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국제 정세 속에서 안정적인 수출 기반을 이어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든 성과로 꼽힌다.


산업부 관계자는 "최근 수출이 "11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하는 등 엄중한 상황에서 RCEP는 역내 시장접근 개선 및 교역 다변화를 통한 우리 기업의 수출 환경을 개선할 것"이라며 "RCEP 협정문 타결, 한-인니 CEPA 실질 타결 등으로 형성된 신남방 국가들과의 경제‧통상 협력 확대의 모멘텀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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