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에 두고 내린 스마트폰, 주운 사람이 임자 아닙니다”

입력 2019.11.08 14:17수정 2019.11.09 10:11
점유이탈물횡령죄,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 벌금 또는 과료
[파이낸셜뉴스] ※ 편집자주= “다들 하는 일이잖아요” “법이 현실과 맞지 않아요”… 다양한 이유로 우리는 살아가며 불법을 마주합니다. 악법도 법일까요? ‘무법자들’은 우리 사회의 공공연한 불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지인들과 술자리 후 정신없는 와중에..”, “출근시간 지각 3분 남기고 허겁지겁 내리다보니..”

순간의 방심으로 지갑, 휴대폰 등 소지품을 택시에 놓고 내리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깜빡한 물건은 주운 사람이 임자일까?

이상혁(가명)씨는 택시에 자신의 휴대전화를 깜빡 두고 내렸다. 택시 기사는 자신이 휴대전화를 가져가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이씨는 수상함을 느꼈고 경찰에 이를 신고했다. 결국 두 사람의 휴대전화 논쟁은 법정 싸움으로 이어졌다.


■ 휴대전화 분실한 고객, 경찰에 신고해 택시기사 벌금 30만원, 위자료 등 100만원 상당 배상 판례


“택시에 두고 내린 스마트폰, 주운 사람이 임자 아닙니다” [무법자들]
서울시 택시 [사진=뉴스1]

법원은 휴대폰을 분실한 손님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점유이탈물횡령 혐의로 택시 기사에 청구한 벌금 30만원의 약식 명령을 확정했다.

형법 제360조(점유이탈물횡령죄)에는 유실물, 표류물 또는 타인의 점유를 이탈한 재물을 횡령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규정됐다. 매장물을 횡령한 자의 경우에도 이와 같은 형을 받는다.

처벌은 벌금 30만원으로 그치지 않았다. 이씨는 이어 배상 소송을 걸었고 민사 재판부는 약식명령을 근거로 택시기사에게 분실한 단말기 할부금, 임시 기기 대여료, 정신적 피해 위자료 등 111만원 가량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택시 기사는 “휴대전화를 가져가지 않았으니 배상의 책임도 없다”라며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도 “피고는 형사재판 판결이 잘못됐다고 주장하면서도 별다른 증거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비용 배상을 명령했다. 다만 분실 휴대전화 가액 일부를 제외해 배상 금액은 98만원 가량으로 줄었다.

■ 늦은 밤 택시기사에 휴대폰 흔드는 중고업자들.. "요즘 손님 물건 함부로 했다가는 큰일"

“택시에 두고 내린 스마트폰, 주운 사람이 임자 아닙니다” [무법자들]
[사진=뉴스1]

현장에서 만난 택시 기사들은 습득한 물품을 손님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다만 늦은 밤 운행하는 택시기사들을 유혹하는 불빛들이 있었다.

택시기사 A씨는 “늦은 밤 휴대폰을 흔들며 택시를 잡으면 안된다. 택시 기사들이 중고 휴대폰 거래업자로 오해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일부 중고거래 업자들이 손님들이 두고 내린 휴대전화를 구매하기 위해 거리에서 늦은 밤 휴대전화를 흔들며 택시 기사들에게 판매를 종용한다. 밝은 휴대전화 화면을 흔드는 것이 이들의 암묵적인 신호다.

업계에서는 이 수법을 소위 ‘흔들이’라고 부른다. 휴대전화를 흔들며 기사들과 접선하기 때문이다.

A씨는 “요즘 손님이 두고 내린 물건 함부로 했다가는 큰일난다.
최근에는 (거래업자들을) 많이 보지 못했다”라고 전했다.

한편 택시에 휴대전화를 두고 내렸을 경우 카드로 택시 요금을 결제했다면 ‘티머니 고객센터’에 전화해 탑승했던 택시 차량 번호를 확인할 수 있다.택시 차량 번호를 확인한 이후에는 해당 택시 법인이나 ‘개인택시 고객만족센터’에 연락해 택시 기사의 연락처를 받아 본인이 두고 내린 물건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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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xin@fnnews.com 정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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