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눈치보던 주요 은행 예금금리 내린다

뉴스1

입력 2019.11.10 06:15

수정 2019.11.10 13:31

서울 여의도의 한 은행 영업점 대출업무 창구에서 고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좌우반전 사진) 2018.4.17/뉴스1 © News1 박지수 기자
서울 여의도의 한 은행 영업점 대출업무 창구에서 고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좌우반전 사진) 2018.4.17/뉴스1 © News1 박지수 기자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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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김도엽 기자 = 주요 은행들이 이번주 중 예금금리 인하를 검토 중이다. 이번에 예금금리를 내리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달 16일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역대 최저 수준인 연 1.25%로 인하한 이후 첫 예금금리 인하다.

그동안 주요 은행들은 예금금리 인하 시기를 미루며 눈치싸움을 벌여왔다. 은행권에선 KB국민은행이 '총대'를 메고 예금금리를 인하하면 다른 은행들도 동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었다.


은행들은 신(新) 예대율 규제 적용을 앞두고 예치금을 최대한 유지해야하는 상황에서 가장 먼저 예금금리를 낮출 경우 자칫 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왔다. 또 채권금리 상승으로 대출금리가 오르고 있는데, 예금금리를 낮추면 비난의 화살이 쏟아질 수 있어 서로 눈치만 봤다. 고객들이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오픈뱅킹시대가 열린 것도 은행권의 눈치게임에 기름을 부었다.

이런 이유들로 주요 은행들의 이번 예금금리 인하폭은 기준금리 인하폭(25%p)보다에 크게 못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IBK기업은행 등 주요 은행들은 이번주 중 예금금리 인하를 검토 중이다. 지난 8일 기준 주요 은행의 예금금리는 연 1.00~1.50% 수준이다.

주요 은행들은 지난달 16일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연 1.25%로 0.25%p 인하했음에도 3주 넘게 예금금리를 유지해왔다. 지난 7월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연 1.50%로 0.25%p 낮췄을 당시 모든 은행이 2주 안에 예금금리를 내렸던 것과 차이가 난다. 통상 은행들은 한은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수익성 보전을 위해 비슷한 수준으로 예금금리를 낮춘다.

이번에 은행권의 예금금리 눈치싸움이 치열한 것은 내년부터 시행되는 신 예대율 규제가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현행 예대율 규정상 은행은 예치금보다 더 많은 대출을 내줄 수 없다. 내년부터는 예대율 규제가 더 강화된다. 예대율을 산정할 때 가계대출 가중치를 현행보다 15% 높이고 기업대출의 경우 같은 비율로 낮춘다. 가계대출은 줄이고 기업대출은 늘리려는 금융당국의 방침이 담겼다.

이에 따라 은행이 내년에 올해 만큼 가계대출을 내주려면 올해보다 더 많은 예금을 유치해야 하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은행보다 예금금리를 먼저 낮추면 고객이 이탈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저금리에도 경제 불확실성 확대로 안전 투자처인 은행 예금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지만 증권사의 단기 부동자금으로 분류되는 머니마켓펀드(MMF)의 설정액이 늘고 있다는 것도 부담요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MMF 설정액은 120조6497억원으로 전일대비 1937억원 증가했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힘들어지면서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MMF로도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지난 10월말 기준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 5대은행의 정기예금 총액은 667조3627억원으로 지난 9월말 653조9151억원에 비해 13조4476억원(2.05%) 증가했다. 10월 정계예금 증가폭은 지난 8월(11조5541억원)을 제치고 올해 최대 수준이다. 지난해말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총액 598조원과 비교하면 올들어 10개월만에 69조원이 늘어난 것이다.

은행 관계자는 "투자심리는 하나의 계기로 순식간에 확 바뀌는 경우가 많아 내년 신 예대율 규제를 앞두고 은행들이 조심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주요 은행 중 한 곳이라도 예금금리를 내리면 다른 은행들도 줄줄이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어느 한 곳이 먼저 예금금리를 내리면 줄줄이 내릴 것은 분명하다"며 "우리도 예금금리 인하 계획은 이미 세워놓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다만 기준금리 인하에도 채권금리가 바닥을 찍고 올라 대출금리가 소폭 상승한 상황이라 예금금리를 기준금리 하락폭(0.25%p) 만큼 내리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채 5년물(AAA등급 기준) 금리는 약 1개월 전인 지난달 15일 연 1.562%(종가)였으나 이달 7일 1.767%까지 상승했다.
은행 관계자는 "대출금리가 오르고 있어서 예금금리를 인하하더라도 0.25%p 수준에는 크게 못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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