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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으로 버티는 자영업자 대출 1년새 23조↑

뉴시스

입력 2019.11.10 07:00

수정 2019.11.10 07:00

자영업자 수는 줄고 있지만 대출 증가세는 계속 올들어 도·소매, 숙박·음식점업 대출 증가 확대 "지난해부터 자영업 부채 리스크 지표 약화"
(출처=뉴시스/NEW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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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현아 기자 = 자영업자 대출이 1년새 20조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부진으로 가게 사정이 나빠져 문을 닫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지만, 빚으로 연명하는 자영업자도 여전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시장금리 상승으로 대출금리까지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어 빚 부실화 우려도 제기된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 기업대출 중 자영업자들이 주로 빌리는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지난 9월말 기준 332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달(309조1000억원)보다 23조2000억원(7.5%) 증가했다. 1년 전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율(9.5%)과 비교하면 둔화하긴 했으나 같은 기간 가계부채 증가율(4.9%)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자영업자 대출 증가세는 가팔라지는 모습이다.
지난달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주요 은행 5곳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237조4274억원)은 한 달 전보다 2조198억원 늘어났다. 올들어 1조원대 안팎의 증가세에 머물렀지만, 지난해 8월(2조909억원) 이후 1년2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규모를 보인 것이다.

공식 통계는 아니지만 자영업자가 빌린 가계대출까지 더해 한은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자영업자 대출은 지난 1분기 기준 636조4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이후 불어난 대출액을 감안하면 현재 자영업자 대출은 660조원을 돌파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흐름은 자영업자 수가 꾸준히 줄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비임금근로·비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올 8월 기준 자영업자 수는 566만2000명으로 지난해 8월(568만1000명)보다 1만9000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을 닫는 자영업자는 자영업자 대로, 대출은 대출대로 늘고 있는 셈이다.

올해 자영업자 대출 증가세를 이끌고 있는 것은 도·소매, 숙박·음식점 업종으로 분석된다. 창업 진입장벽이 낮아 주로 서민 자영업자들이 몰려있는 업종이다. 한은의 2분기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 자료에 따르면 도·소매, 숙박·음식점업 대출은 213조6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7조8000억원 늘었다. 지난 2008년 통계 작성 이후 사상 최대치였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며 부동산 임대업 대출이 주춤해진 사이 도·소매 업종 등이 증가세를 메운 셈이다.

문제는 경기 회복세가 나타나질 않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 9월 산업활동동향에서 숙박·음식점업 생산지수는 전년동월대비 4.3% 줄었고, 도·소매업 지수도 0.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경기 전망도 밝지 않아 이들 업종의 부진세가 지속될 우려가 크다. 그럴 경우 대출 부실이나 폐업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자영업자의 부채 구조와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서 "자영업자가 밀집된 도·소매업, 숙박·음식점 업종의 개인기업 5년 생존율이 각 24.6%, 18.8%로 평균 이하를 나타냈다"며 "전반적으로 자영업자 부채의 질이 낮아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부터 전반적인 리스크 지표가 상당폭 약화되고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시장금리 상승으로 대출금리가 오르는 점 또한 부담 요인이다.
손에 쥐는 돈은 많지 않은데 이자 부담만 높아지면 빚 감당이 안 되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나게 되고, 대출 부실 위험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은행권 개인사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8월말 기준 0.40% 전월(0.36%)보다 0.04%포인트 상승한 상황이다.
지난 9월 기업대출 중 개인사업자 대출이 포함된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평균 3.50%로 전월보다 0.05%포인트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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