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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확장재정 필요하지만 적자 구조화 경계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10 16:50

수정 2019.11.10 16:50

1~9월 관리재정 57조 적자
효율성 높여 선순환 이뤄야
나라살림 적자폭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발간한 '월간 재정동향'에 따르면 올 1~9월 통합재정수지가 26조원 적자를 냈다. 이는 1999년 이후 20년 만에 최대다. 여기에는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 등이 포함돼 있다. 이 부분을 빼고 순수한 정부 씀씀이를 집계한 관리재정수지는 적자폭이 57조원이나 됐다. 이것도 2011년 이후 최대다.


재정적자가 급증한 것은 불황과 확장적 재정정책이 겹친 결과다. 정부는 당초 올해 예산편성 때부터 관리재정수지 적자폭을 42조3000억원으로 잡았다. 그러나 올해 불황이 예상보다 심해지면서 세금이 덜 걷혔다. 반면 실업이 급증하자 재정일자리 사업을 늘렸다. 정부는 연말에 가면 적자폭이 당초 전망치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지금 추세라면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우리는 확장적 재정정책 자체가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과 국내의 수출·투자 부진, 잠재성장률 하락 등을 극복하려면 확장재정이 필요하다. 한국은 국가채무 비율이 선진국들보다 낮아 재정을 확대할 여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제기구와 세계 석학들도 대부분 적극적 재정정책을 권고하고 있다.

재정에는 두 가지 목표가 있다. 경기안정화와 잠재성장률 높이기다. 단기적으로는 경기를 살리면서 중장기적으로 성장여력을 확충해야 한다. 여기에 비춰볼 때 문재인정부 확장재정 정책이 필요한 곳에 효과적으로 혈세를 쓰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일자리 증가폭이 격감하자 단기 공공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재정을 대거 투입했다. 청년·아동 수당 등 현금성 복지도 크게 늘렸다. 그러나 민간부문의 투자와 고용을 늘리기 위한 노력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재정의 효율성을 따져봐야 한다. 재정은 잘 쓰면 국민경제의 지속적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보약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잘못 쓰면 남미와 남유럽 일부 국가들처럼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을 유발해 경제를 거덜내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당장 시급한 복지지출은 늘려야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재정 확대가 민간의 투자와 고용 확대로 이어져야 한다.
'확장재정→경제성장→세수증대'의 선순환 구조를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쪽에 대한 재원배분을 지금보다 더 늘려야 한다.
선순환 구조 없는 확장재정은 만성적 적자구조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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